주로 간암, 췌장암, 그리고 기타 담도암 진단을 받고 수술받으러 오는 환자분들의 수술 준비부터 어시스트, 수술 마무리를 도와 회복실까지 무사히 모셔다 드리는 일을 한다.
일을 할 때 가슴 아플 때가 많다. 하지만 만나는 모든 환자분들께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병실에서 내려와 수술실로 향하는 그때 환자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떨릴까?'라는 생각이 들어 같이 들어갈 때 위로가 크게 되진 않겠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수술 잘될 거예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수술 잘 끝나 있을 거예요."라고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한 번씩 담당 환자분이 부모님의 연세이신 경우 그리고 나와 비슷한 나이인 경우 생각했다.
'언제든 내 주변 사람이 그리고 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을'
그런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갑상선암' 진단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30살에 암이라니, 그것도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있었는데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믿기 힘들었다. '혹시 다른 사람 검사 결과와 뒤바뀐 게 아닐까? 검사가 실수로 잘못된 게 아닐까?' 이런저런 부정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건지 드라마 속에서만 보았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 주인공 같았다.
전혀 그런 결과가 나올 거란 예상치 못했기에 더 힘들었고 마음이 아팠다.
3일 동안은 계속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cm 정도 되는 암 때문에 이렇게 무너져버린 내가 너무 싫었고 나약해 보였다.
'그 힘든 수술도 잘 이겨냈었는데(나는 2012년 22살이 되는 해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었다), 갑상선암은 그나마 착한 암이라는데 그리고 수술도 간단하다고 하니 강하게 맘먹고 얼른 이 시련을 잘 이겨내자!내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결국 내가 저 쪼그마한 암덩어리에게 지는 거니까...!'
마음을 이렇게 강하게 먹자고 결심했다고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바로 담담해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계속 좋게 강하게 먹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알리는 것이 조금은 의연해지고 담담해졌다. 오히려 슬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금방 잘 회복할 거라고 위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