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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Jun 10. 2020

글을 쓰는 이유

외과 수술실 간호사가 수술을 받는다면,

 매일 수술실을 들어가고, 암환자분들을 만난다.

나는 외과 수술실 간호사 이기 때문이다.

주로 간암, 췌장암, 그리고 기타 담도암 진단을 받고 수술받으러 오는 환자분들의 수술 준비부터 어시스트, 수술 마무리를 도와 회복실까지 무사히 모셔다 드리는 일을 한다.


 일을 할 때 가슴 아플 때가 많다. 하지만 만나는 모든 환자분들께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병실에서 내려와 수술실로 향하는 그때 환자분들은 얼마나 두렵고 떨릴까?'라는 생각이 들어 같이 들어갈 때 위로가 크게 되진 않겠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수술 잘될 거예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수술 잘 끝나 있을 거예요."라고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한 번씩 담당 환자분이 부모님의 연세이신 경우 그리고 나와 비슷한 나이인 경우 생각했다.

'언제든 내 주변 사람이 그리고 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을'


 그런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갑상선암' 진단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30살에 암이라니, 그것도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있었는데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믿기 힘들었다. '혹시 다른 사람 검사 결과와 뒤바뀐 게 아닐까? 검사가 실수로 잘못된 게 아닐까?' 이런저런 부정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건지 드라마 속에서만 보았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 주인공 같았다.

전혀 그런 결과가 나올 거란 예상치 못했기에 더 힘들었고 마음이 아팠다.


 3일 동안은 계속 눈물이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cm 정도 되는 암 때문에 이렇게 무너져버린 내가 너무 싫었고 나약해 보였다.

 '그 힘든 수술도 잘 이겨냈었는데(나는 2012년 22살이 되는 해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았었다), 갑상선암은 그나마 착한 암이라는데 그리고 수술도 간단하다고 하니 강하게 맘먹고 얼른 이 시련을 잘 이겨내자! 내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결국 내가 저 쪼그마한 암덩어리에게 지는 거니까...!'


마음을 이렇게 강하게 먹자고 결심했다고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바로 담담해지진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계속 좋게 강하게 먹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알리는 것이 조금은 의연해지고 담담해졌다. 오히려 슬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금방 잘 회복할 거라고 위로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외래를 보고 수술을 2주 뒤로 잡았다.

앞으로 2주 동안 씩씩하게 출근하고, 건강관리를 하고 좋은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쓸 것이다. 이 시련을 이겨내는 치유기를.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글을 읽고 조금  이나마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치유기를 통해 같은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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