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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옥 Jul 13. 2020

3박 4일 입원 일기 두 번째

외과 수술실 간호사의 갑상선암 치유기 episode 6

2020.06.23
(POD#1, post operative day 수술 후 1일)


 수술 후 첫날 나의 하루는 씬지록신(synthyroxine 50 mcg 1T) 1알 복용과 함께 시작되었다. 

약은 나에게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하거나 간호사로서 처방된 약을 환자들에게 투약했던 것 말고는 내 일상에서 전혀 거리가 멀었던 존재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수술 후 안정적으로 갑상선 기능 수치가 괜찮아지는 추세일 때까진 매일 아침 식전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아직은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사래가 걸리고  깊숙이 들끓고 있는 가래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기에 똑바로 앉아 천천히 겨우 약을 삼켰다.

그래도 주사로 진해거담제를 맞아서인지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근데 오늘은 목 불편감 때문에 잊고 있던 수술 부위인 왼쪽 겨드랑 쪽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살이 찢어진 듯  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따끔따끔했다.

하지만 통증 조절제로 타이레놀 1알(tylenol 1T)이 하루 세 번 식후 처방되었고, 약을 먹으면 통증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여 진통제를 추가로 맞진 않았다.


어젠 수술을 받고 오후에 배정된 병실에 왔기에 내가 오게 된 병동이 어디인지, 병실이 어떤지도 전혀 모른 채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늘은 아침을 먹으면서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분들과 보호자분들과 짧게 인사도 하고 입원한 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다.


대장암, 산부인과 암, 갑상선암, 위장관암 등 여러 임상과 암환자분들이 입원하는 일반암병동이었다.


내가 입원한 병실에도 다양한 과 환자분들이 있었는데, 그중 내가 가장 어렸고 내 상황이 제일 좋은 편이었다.

대장암 재발에 여러 번 수술을 하신 환자분, 산부인과 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며 힘겹게 이겨내시고 계신 환자분 뿐만 아니라 언제 퇴원이 가능한지 모른 채 3개월째 병실을 지키고 계신 환자분까지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어려운 싸움을 하고 버티고 계셨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씩씩하게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환자분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 정도의 시련과 힘듦으로 슬퍼하고 흔들리지 않기로, 지금 내 상황을 오히려  감사하며  씩씩하게 이겨내기로!'


2020.06.24(POD#2)

 수술 후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하루하루 통증도 점점 나아지고 피검사 결과도 이상 없고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밥도 어제까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면 오늘은 목 넘김도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은 무엇보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샤워실에서 머리도 감고 간단히 씻었다.

병원 선생님들, 친구들이 잠깐 병실에 올 때마다 씻지 못한 채 꾸질꾸질한 모습만 보여준 것 같아 마음 쓰였는데 이제는 말끔해지고 개운해져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오늘은 좀 더 컨디션도 좋아져서 한결 여유가 생겨 챙겨 왔던 책도 읽고, 잠시 로비에도 산책도 다녀왔다.


 환자가 된 나에게 병원에서의 하루는 여유롭게 흐르는 듯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들이 그렇게 느낄 거란 가정은 아니다.

나는 수술 직후에 혼자 식사나 보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가간호가 가능한 나름 경증 환자였기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병동에서 근무하던 시절 간호사로 느꼈던 시간은 똑같은 병원에서의 하루였지만 1시간이 1분 1초처럼 느껴졌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할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해나가면서 중간에 일어나는 응급상황에 대해서도 대처해야만 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바쁘게 일을 매일 해도 중간에 정신 차려보면 이미 환자분들의 점심시간이었고, 나는 그때마다 인계해줘야 할 이브닝 선생님을 생각하며 차마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매번 마음이  탔었다.


하지만 환자로 맞이하는 하루는 평온하고 여유로웠다.

너무 상반된 상황 속 차이였지만 침대에 누워있으면서도 나는 바삐 움직이며 일하는 간호사 선생님들 모습들이 마음에 쓰이고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나의 지난날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그때는 그저 그 힘든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하며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니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으며 밝게 일하고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려 노력하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참 대단해 보이고 감사했다.

'나도 그때 저랬을까?, 나도 조금 더 저렇게 했었으면 좋았을 걸. ' 생각 등을 하며 내 지난날을 반성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내가 가져야 할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2020.06.25(POD#3)

벌써 입원 마지막 날이라니 입원 전엔 3박 4일이 꽤 지루하고 길거라고 생각했는데 금방 시간이 지나간다.


목 불편감, 겨드랑이 수술 부위의 찌릿찌릿한 통증 등 이젠 거의 희미하게 증상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수술 직후부터 가지고 있었던 피주머니에도 거의 배액 되는 것이 없다.


아직 겨드랑이 옆에서 부터 목까지 로봇 팔이 들어갔던 쪽 피부는 내 살이 아닌 듯 약간 멍멍한 느낌은 있지만 이것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좋아질 것이다.


 입원해있는 동안 정말 많은 주변 동료, 친구들, 선생님들께서 걱정을 해주시고 신경을 써주셨다.

나의 아픔에 정말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래 주는 마음들 덕분에 금방 회복하고 놀라울 정도로 하루하루 좋아졌던 것 같다.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이번 기회로 알게 되어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감사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감사함 마음을 잊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지!




 퇴원하는 날

병실을 나서면서 다른 환자분, 보호자분들과 인사하며

 " 꼭 쾌차하시고 건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넸다.


 잠깐 그곳에 머물었다가 헤어졌을 뿐인데 그동안 같은 환자로서 그분들께 감정이입이 되고 맘이 쓰였다.

그분들도 정말 진심으로 나처럼 건강하게 기쁘게 퇴원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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