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옥 Apr 13. 2022

희망을 노래하는 영화

"어딘가에 반드시 희망은 있어."


"살다 보면 괴로운 일이 있어. 하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희망은 있어.  희망이 없다면 찾으면 돼. 보이지 않는다면 만들면 돼. 그리고 만약 그 희망마저 잃어버렸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돼.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서른의 나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진단받게 된 갑상선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올렸던 결혼식, 할아버지와의 이별 등으로 슬픔, 아픔, 행복을 느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았다. 갑작스레 나에게 몰려왔던 파도들을 잘 넘기고 내 마음이 다시 잔잔 해졌을 때 겨울바다를 보러 떠났다. 그곳에서 이 영화를 우연히 만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이 희망에 대한 그 대사가 내 마음속에  와닿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조차도 어딘가에 반드시 희망은 있으니 보이지 않으면 만들면 된다는 그 대사가.


영화 속 주인공인 아오야마 다카시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모른 채 늘 사표를 마음에 품은 채 시들어가는 식물같이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한다. 계속되는 야근과 실적 압박,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하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다카시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려 한다. 그때 자신을 초등학교 동창이라 소개하는 야마모토가 다카시를 구해준다. 그렇게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어 술을 한 잔 기울이며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휴일에 만나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처럼 같이 놀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야마모토는 시들시들했던 다카시를 생기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 그 좋은 변화로 다카시의 일들은 잘 풀려가는 듯 흘러간다. 좋은 계약도 성사시키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회사에서 설욕을 겪게 된다. 그렇게 힘듦이 다시 찾아올 무렵 그저 초등학교 동창이라 알고 있었던 야마모토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되고, 다시 모든 걸 포기하려 하는 다카시에게 야마모토는 또 한 번 손을 내밀며 조언을 건네준다.

"인생은 너뿐만 아니라 널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은 이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라고."

그 조언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 가족을 만난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물어본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

그에 대한 부모님의 대답이 또한 마음에 와닿았다.

"아직 넌 젊어,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아. 인생이란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는 법이다."

다카시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얻어 회사를 그만둔다. 다카시의 밝아진 표정을 확인한 야마모토는(알고 보니 야마모토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3년 전 자살한 쌍둥이 동생인 야마모토 유) 바누아투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그리고 다카시도 야마모토를 따라 바누아투로 떠나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깜깜하고 무서웠을 때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결혼을 약속하고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 남편과 나를 늘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힘을 내서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파도를 넘겼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다른 파도가 나에게 올 거라는 걸 안다. 그때의 나는 너무 무서워하지 않고 다시 그 파도를 넘길 수 있을지 마냥 자신 있게 대답할 순 없겠지만 어딘가에 희망은 반드시 있다는 이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다카시처럼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소중한지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힘들었다. 짜인 근무표대로 출,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일에 너무 시달리지 않고 건강,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며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다르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영화는 단지 무모하게 사표를 던지는 주인공의 내용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힘든 시련을 겪은 서른의 나를 토닥토닥해주었던 영화.








작가의 이전글 내 삶을 지탱해주는 아주 소소한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