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50가지 이야기..12
몇 년 전 저에게 교육과 상담을 받은 여성 귀농자 A 씨는 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의 현장교육 중 소개한 마을 이장님으로 농가주택과 농지를 취득했다. 이후 해당 지역으로 혼자 귀농해 고사리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직장과 학교생활로 여전히 도시에 거주하는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도시와 농촌생활을 병행했고, A 씨의 그 해 고사리 농사를 망쳤다. 이유인즉슨, 해당 마을에서는 서로 품앗이를 통해 고사리 농사를 지속하는 곳이었지만 A 씨의 경우에는 주민들과 어울릴 틈이 없다 보니 고사리 재배에 대한 정보나 기술을 습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고사리 수확시기를 놓친 A 씨는 결국 혼자서는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친동생이 있는 타 지역으로 재이주를 택했다.
농촌은 도시와 다르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다. 최근 귀농귀촌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보편적으로 남성 65%, 여성 35% 정도가 귀농귀촌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인 가구는 평균 65~70%를 차지한다. 현대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농업이 기계화되었다. 하더라도 농경 문화중심의 공동체 사회에서 혼자 귀농귀촌한다는 것은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예비 귀농·귀촌인, 특히 농업이 목적일 경우에는 이런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많은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가족이 함께하는 귀농귀촌을 권장한다.
아무리 적은 규모라도 혼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무리다. 특히 농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도시민이 마을 주민들 도움 없이 혼자서 농사를 시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마을 주민들이 무엇이든 먼저 손 내밀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농촌 정서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성 귀농자 A 씨처럼 마을에 소홀히 하는 경우에는 마을 주민으로서 인정받기 힘들다. 때문에 귀농귀촌을 생각한다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농업 혼자는 정말 힘들다.” 혼자서 귀농 귀촌할 경우 마을행사 나 마을 주민과의 교류에 상대적으로 접근이 힘든 게 사실이다. 도시에 가족을 두고 온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농사를 지을 때는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구분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특히 농사는 힘을 쓰는 직업이다. 여자 혼자서 그 힘쓰는 일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귀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족과 함께 오는 게 좋다.
귀농귀촌 교육 중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비율은 5% 이내이다.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부부 또는 가족이 함께 귀농귀촌 준비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지역을 물색할 때도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귀농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여성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변화된 농촌과 지역 내 여성들의 활동영역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기존에 지역으로 귀농 귀촌한 여성들의 경우, 농업보다는 농촌사회에 필요한 복지, 교육 또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참여하거나 농촌형 창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대부분
이다.
귀농인 B 씨는 귀농 초기 밭을 임대해 농사를 시작했다. 주거공간은 농업용 농막만을 설치한 채, 도시의 집에서 출퇴근을 택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시작한 농사지만, 차츰 귀농을 반대했던 아내와 함께 출퇴근을 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아내의 마음도 서서히 돌려졌다. 결국 B 씨 부부는 농막을 거두고 인근 터에 주거공간을 새로 마련해 함께 귀농했다. 이 처럼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가
족이 있을 경우, 천천히 마을을 알고 이해하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