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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넘치는 마이애미의 거리들

Colors of Miami

by 더스크

마이애미의 거리는 강렬한 태양에 넘실대는 사람들의 열기까지 더해 언제나 뜨겁게 달아오른다. 뉴욕에도 사람은 많았지만 겨울인 데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아서 아직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음을 늘 느끼고 다녔는데, 여기는 날도 더운 데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주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는 주말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거리며 식당이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이 많은 여행객들 덕분에 마이애미 거리에는 휴양지다운 활기가 넘친다.


가장 먼저 찾은 <리틀 하바나>는 말 그대로 마이애미 안의 작은 쿠바이다. 거리 양 옆으로 쿠바 식당들이 줄지어 있는데 라이브 바들이 많아서 그런지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흥겨운 라틴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음료라도 한 잔 마시기 위해 라이브 카페 <Guantanamera Cafe and Lounge>에 들어갔다. 카페에는 시가를 피우며 쿠바식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는데 우리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지 않아서 커피 대신 키웨스트에서 마시지 못해 아쉬웠던 모히토와 아이유가 <Havana>에서 노래했던 피냐 콜라다를 주문했다. 코코넛 밀크 향이 달콤하기는 하지만 내 입에는 술맛이 좀 강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고 빠른 박자의 노래에 흥이 오른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열정은 리틀 하바나에서도 전혀 작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 쿠바에서 닭은 강인함을 상징하기에 쿠바인들이 많이 사는 리틀 하바나나 키웨스트에서는 거리를 활보하는 닭들을 많이 마주치게 된다. 리틀 하바나 곳곳에서 보이는 닭 조형물들.


리틀 하바나가 쿠바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거리라면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와 가까운 <링컨 로드>는 미국적인 느낌의 식당 및 쇼핑가이다.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세련된 상점과 맛집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날씨가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아이스크림 가게도 많은데 <하겐다즈>나 <벤앤제리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외에도 평점 높은 젤라토 가게가 두 곳이나 있으니,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거리를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편 링컨 로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스페인 거리(Española way)도 느낌은 비슷한데 좀 더 복작복작한 느낌이다. 길이 조금 더 좁고 사람은 조금 더 많은 느낌인데 여기에도 맛집이 많아서 마이애미에서 근사한 남미 음식을 즐기기 좋다.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한 바퀴 걸으며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을 구경하기만 해도 좋은 거리.


§ 링컨 로드에는 <I Scream Gelato>와 <Mammamia Gelato>가 젤라토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가게 간판을 잘못 보고 엉뚱한 가게에서 사 먹고도 맛있다고 좋아했다. 사실 아이스크림은 어디서 먹어도 다 맛있다. (거리 이미지 출처는 Lincolnroad.com)


한편 거리는 아니지만 마이애미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Vizcaya Museum and Gardens>도 함께 소개한다. 바다에 얼굴을 맞대고 서있는 이 웅장한 저택은 위치 때문인지 보스포루스 해협을 마주한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을 연상시킨다. 물론 규모나 화려함으로는 돌마바흐체 궁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00년 전 건축 당시 비용을 아끼지 않고 꾸민 듯 거대한 저택과 정원 곳곳에서 호화로운 장식을 볼 수 있다. 바로크 요소를 가미한 지중해 부흥 양식의 건축이라고 하는데 건축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주변 풍경 하나 만으로도 이곳에 올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저택의 정면에 서면 눈부신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건물을 옆으로 돌면 잘 정돈된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건물도 정원도 구석구석 예쁘고 사진 찍기 좋아서 웨딩포토를 찍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띈다. 코코넛 그로브와 가까워서 근처에 묵고 있다면 마이애미 여행을 정리하며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곳이다.


§ 푸른 하늘 아래 서있는 Vizcaya 저택. 건물 안에서도 천정의 창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이런 하늘과 바다를 보고 살았을 이 집의 주인들은 하루하루 행복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을까.




마이애미에서 돌아온 날은 마침 발렌타인 데이였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편함에 제니퍼가 보낸 예쁜 발렌타인 데이 카드가 들어 있었다. 미국에서는 발렌타인 데이에 연인들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카드를 보낸다고 한다.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곳에 나를 아끼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바닷가 대 저택에 살지 않아도 나는 오늘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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