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정체불명의 불안에 시달리며,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살아가느라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사나 싶은데. 우연히 아이가 찍은 나의 영상 중에 비친 나의 모습, 나의 표정을 보니 이렇게나 일상이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웃기고 화가 나 있는 아이의 표정 앞에서도 나의 표정은 절대 일희일비란 하지 않을 것 같은 우직한 아들엄마 그자체였다. 그게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비록 속은 불완전과 불안에 떠는 어설픈 자아일지라도, 하루하루 쫓기듯 사는 불만 속에서도 일상을 일궈가는 그 자연스러운 외면의 자아가 있었구나 싶은 거였다.
양말은 한쪽만 신고 선채 아이가 좋아하는 비싼 태국망고를 무심하게 섬북섬북 잘라주는 나와, 무엇보다 나의 반쪽짜리 발이 웃겼다.
영상을 캡쳐하고보니 마치 택견보이같다..
무심하고 자연스러운데 미적으로 결코 아름다워 보인다고 할 수 없는 흐드러진 엄마의 모습이 유머로 다가왔고, 그래서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매일을 아이의 실존과 함께 하면서도 영상은 늘, 아이가 나온 것만을 돌려봤었는데, 민낯에 꼬질한 바지와 질끈 머리를 묶은 엄마인 내가 나오는 영상이 재밌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