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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Jan 02. 2023

지오디와 신화

forever_사람도 노래도 추억도 모든 좋은 것들

최근에 god 멤버들의 완전체 모습을 tv에서 보고, 그냥 오랜만에 god 노래를 틀어봤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애수 ..

탁월한 선택이었다.

GOD

지오디는  내가  '빠져서' 좋아했던 최초의 연예인이었다. 분명 초등학생이었는데도 가사는 물론 랩과 반주까지 외울 정도였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초3인가 4 때는 수영을 다니면서 내가 하도 지오디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수영장 배경음악으로 지오디의 거짓말을 틀어주기까지 했다. 음반가게에서는  지오디 테이프까지 샀다. 지오디는 노래도 좋고 사람도 좋았다. 아마도 손호영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윤계상도 좋아했다가 107.7 라디오를 들을 땐 데니도 좋아했다. 박준형도, 김태우도 좋았다. 지오디는 특정 멤버를 특히 좋아했던 느낌보다도 지오디 완전체 자체의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다.
 추억의 지오디.. 그분들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좋았고, 촌스럽지 않았고, 빠르지 않은 말하듯 하는 랩도 너무 좋았다. 모든 가수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지오디는 그분들만의 스타일을 대체할만한 아이돌이나 가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노래 하나로 기분이 업되고, 좋았던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지오디 노래를 며칠 아니 일주일 이상 들었다. 질리진 않았는데 새로운 게 필요했다. 나란 사람.  지오디 노래를 따라서 알고리즘으로 그 시대 노래를 유튜브 뮤직이 알아서 띄워주긴 했는데 그것들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 넘기거나 다시 지오디 노래로 돌리기 바빴다.  그다음 노래는 뭐지.

뭐지 뭐 듣지. 하는 데 생각났다. 신화였다.

신화


이 또한 완벽한 선택이었다.
 wild eyes, brand new, hey come on 등.. 신화도 추억의 노래가 많았다. 반주가 흘러나오는 순간부터 갈증이 가시다 못해 수분이 흘러넘쳤다. 지오디에 이어 신화라니. 지오디 다음 나의 연예인은 신화였다. 이번엔 좀 달랐다. 노래보다도 사람에 더 빠졌다. 왜냐하면 지오디 노래를 들을 땐 10년이 뭐냐, 20년이 지난 지금인데도 가사가 저절로 나오는데, 신화 노래는 흥만 나지 가사가 입에서 좔좔 나오진 않았다.


신화에 빠진 건 초등 6학년이 되서였다.

6학년이 되니 반에는 나보다 성숙하고 언니같이 연예인을 조직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이 등장했다. 그중에 한 명이 예원이었다. 예원이는 신혜성팬이었다. 예원이의 필통과 학용품, 교과서들은 잡지은 것에서 투철하게 신혜성을 포함한 신화의 모든 것으로 장식돼 있었다. 내가 지오디 테이프 하나 사고 가사 다 외웠다고 좋다고 하는 것은 명함도 못내미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태도는 나처럼 가볍게 신나지 않고 아주 한결같이 차분하고 진지했다. 아마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신화 1 호팬이라고 해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아이였다. 그런데 차가워 보일 정도로 차분한 그녀의 신화사랑에 대한 태도가 그 당시 내가 느끼기엔 뭐랄까 사춘기스럽긴 한데 범접할 수 없는 멋진 중학생 언니 같다. 친해지기엔 멀어보였던 우리는 우연히 신화를 향한 애정이 샘솟기 시작했다는 거 하나로 카리스마 예원이와 신화이야기로 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신화


나는 김동완을 좋아했다. 신혜성은 예원이, 김동완은 해연이꺼. 그러고 우리는 (예원이 만큼은 아니지만) 신화를 좋아하던 몇 명을 더 껴서 신화 팬픽까지 썼었다. 무려 릴레이로. 아직도 생각난다. 등장하는 학교는 화신고등학교 였다. 팬픽 초반에 내가 등장시킨 이름이었는데, 이미 각종 신화 팬픽 섭렵했던 예원이는 딱 보더니,

"아니 팬픽 쓰는 애들은 꼭 '화신고' 라더라? 엄청 많이 나와."

 역시 신화고수 예원이.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카리스마 예원이는 크게 웃지 않고, 차분하게 웃으며 신화 하수들의 같잖은 팬픽을 읽어도 주고 조곤조곤 짚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예원이와 나는 이미 아우라부터가 달랐지만, 멤버 선호도 또한 완전히 달라서 서로 멤버 내 거라고 싸울 일이 없었다. 예원이가 신혜성 다음으로 좋아하는 멤버는 앤디였다. 나는 김동완 다음으로는 이민우 또는 전진. 이 또한 그녀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을 느끼게 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요소기도 했다.


신화의 노래를 듣다 보니, 예원이의 일화를 예시로 지오디 때랑은 달리 김동완을 좋아했던 그 마음, 김동완과 신혜성과 신화를 좋아해서 노래도 들었지만, 팬픽까지 쓰고 서로 취향을 공유하던 초6의 귀여운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중학교 입학 전에 그 학교를 전학 가버려서 예원이와는 이제 모르는 사이가 됐지만. 아마도 예원이는 여전히 신화를 좋아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얼마 전에 했던 신화 콘서트에도 여전한 1 호팬으로 분명히 참석했을 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은 연락하고 싶어도 할 수 조차 없는 먼 사람이 됐음에도, 그 콘서트에서 너무나도 좋아했을 어른 예원이가 있기를 바랐다.

이러다 또 문뜩 내가 가장 좋아했던 아이돌 지오디와 신화 둘로 돌아왔다. 그분들의 노래를 들을 때의 내 마음, 리듬이 다르고, 떠오르는 마음과 추억이 이렇게나 달랐다. 한 때를 엄청난 인기몰이했던 오빠들이란 거는 똑같은데 이렇게 느낌과 매력이 다르다는 게 새삼스럽게도 무진장 재밌게 느껴졌다. 그러다 쓸데없는 결론을 내렸다. 지오디는 뭔가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줄 것 같은 연예인 같은 오빠(이런 오빠는 현실에 없음 주의) 느낌이라면, 신화는 그냥 한마디로 딱 '섹시한 남자'였다. (WILD EYES 때부터 좋아했어서 내겐 이 이미지가 강하게 박혔다.)둘의 너무 다른 매력에 허우적거리다가 맘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는데 만족스럽다 못해 신났다.


 얼마 전에는 신화의 막내로 알고 있던 앤디분이 예능에 나와서는 노안이 왔다며 실소하는 장면을 봤는데 웃으면서도 씁쓸했다. 요즘 말로 웃프달까.

 확실히 연예인들이라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멋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멋지오디고 신화다. 그분들이 나이가 든 만큼 나는 더 많이 나이가 들었겠지만, 그런대로 그냥 좋다고 치자. 그 사람들이, 노래들이, 따라오는 추억이, 내 입이 먼저 아는 노랫말이, 모든 것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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