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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연 Aug 29. 2023

나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_ 1

내사랑 크래글린



(그냥 자체가 스포)

언젠가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그 주변 인물들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vol.3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로켓이었다. 가장 큰 인상은 가장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기억하고 싶다. 마치 우리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인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내 사랑 가디언즈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 번째 주자는 크래글린.
가오갤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욘두였다. '였다'라는 과거형을 쓸 수밖에 없는  먹먹하다. 아시다시피 욘버지는 우주의 별이 됐으니까. 가오갤에 빠지기 전 나는 아이언맨 광팬이었는데, 욘두의 죽음은 이상하게 아이언맨의 죽음보다 더 미련이 짙었다. 이번 편에서 그 여운을 크래글린이 이어주어 눈물이 났다. 욘두의 가오와 멋의 끝판왕 까진 잡지 않았다 해도 크래글린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가디언이었다.



오프닝은 시작멜로디부터 슬픈 침체가 예감되는 동시에 전과 다른 가디언즈의 안정과 결속감이 느껴졌다. 가모라와 욘두가 빠졌지만, 네뷸라와 크래글린, 강아지 코스모의 등장이 그랬다. 애초에 크래글린은 캡틴 스타로드의 멤버가 아닌, 스타카르를 주축으로 하는 라바저스에 속했고, 그중에서도 욘두의 오른팔이었다. 가오갤 vol2에서 욘두가 라바저스 안에서 위기에 처하자 결국 그의 구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크래글린이었다.


 피터가 욘두의 양아들이었지만, 아들과는 다르게 그를 짙게 믿고 따르며 사랑했을 크래글린. 욘두가 죽었을 때, 당장 피터만큼 슬퍼하지도 못하는 모습 뒤에, 홀로 서려있는 쓸쓸함을 짐작했다. 피터 멤버들이 욘두의 죽음을 두고 슬퍼할 땐 가만있다가 우주에서 라바저스 우주선들이 욘두의 장례를 기리는 의식을 보이자, 홀로 왼쪽 가슴을 두 번 후려치며 울부짖던 크래글린을 잊을 수 없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래글린은 착하다기보다 특유의 날렵하고 날카롭고 야무진 이미지가 강했다. 정확히 라바저스 멤 버였달까, 가오갤 멤버라기엔 묘한 이질감이 있었다는 말이다.



전 글에서 이번 가오갤 3을 보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캐릭터들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거라고 했는데, 실은 거기에 가장 큰 이바지를 한 인물이 크래글린이었다. 나는 크래글린의 눈이 큰 줄이야 알았지만, 이토록 착해 보이고도 처졌는지는 처음 알았다. 여전히 얼굴과 몸은 마름에 가까웠지만, 그 마름이 주는 이미지가 전이 날쌔고 야무짐이라면

가오갤 3 이전의 크래글라


지금은 '야리야리'랄까. 얼굴과 몸에 근육이 쪽 빠져서 야리야리해지고, 얼굴도 탄력이라곤 중력에 양보해버린 느낌이 있는데, 기가 막히게 배는 나왔다. 우리네 아저씨들처럼.


무엇보다 크래글린은 욘두가 남긴 전설의 화살을 물려받았지만, 강아지 코스모의 조약돌 염력실력보다도 한참 못미쳐서 자괴감을 느낀다. 소버린 아담이 로켓을 공격하는 사달이 나자 모든 가디언즈 멤버들이 아담을 공격하고, 로켓을 구하려 몸부림을 치는 것을 담벼락 뒤에서 '숨어' 지켜만 보는 크글린. 급기야 그루트는 아담을 공격하다 몸이 다 부서지고 머리만 댕강 남아 스러졌다. 머리사이로 난 나뭇가지들이 발이 되어 마치 게처럼 몸을 일으켜 또각또각 걸어가는 그루트의 기괴하도록 참혹한 현장에서 용기를 내본다. 욘두의 화살을 써보기로.

 


우리의 크레글린, 새로운 가디언즈가 돼 줄 것인가. 사실 욘두의 화살과 휘파람은 상당히 카리스마가 있었다.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크글린의 휘파람은 입모양부터 조잡스럽다. 필요 이상으로 쭉 빠져있고 소리도 영 시원찮다. 성공해 주면 좋겠지만, 그저 아담갑옷을 툭 치고만 는 크레글린의 화살. 실패다. 이내 발각이 두려워 옆에서 같이 숨어 울고 있는 여자에게 조용히 하라는 크레글린. 이 장면이 결코 비겁하게만 보이지가 않았다. 나라고 잘했을까 싶은 것이다. 악독한 센 자 앞에서 언제고 용기내고, 그 용기가 힘까지 되는 사람이 나는 아니었다. 비루해 보일 정도로 숨기 바쁜, 어쩔 땐 힘을 내보지만 그게 꼭 효과적이지만은 않은 모습이 왠지 나의 모습의 일부분일지도 몰랐다.



오프닝만 보면 되게 할 일 못하는 인물인 것 같지만, 크글린은 과거 라바저스에서처럼 지금은 가오갤 멤버 안에서도 든든한 항해사 본업이 있었다. 소버린 아담의 공격을 받고 로켓을 구하러 퀼은 동료들과 노웨어를 떠난다. 그리고 남은 노웨어를 에게 부탁한다. 옆에는 개 코스모와 부기장도 있었다. 어쩐지 이번 편에서 크글린과 코스모는 새로운 콤비다. 나무위키 정보에 따르면 정작 감독은 크레글린을 가디언즈 멤버 안에 넣은 게 아니라 조력자 역할로 보일 거라고 했다는데, 내가 봤을 땐 완전한 가디언즈 멤버다.  Good Dog라고 불리길 바라는 코스모에게 그게 뭐라고 끝까지 해주지 않고 티격태격 거리는 꼴이 가디언즈 특유의 츤데레 특성에 부합한달까.

다른 멤버들이 떠나간 자리에 결국 하이에볼루셔너리 빌런들이 쳐들어와 노웨어를 처참하게 처부수자 크글린은 다시 한번 각성한다. 욘두의 화살을 쓰기로. 마음을 담아 눈을 감는데 집중이 성공한 듯 전쟁통 배경 뒤로 귀가 조용해진다. 그리고 이어 들리는 음성.
"Use your heart, Boy."


나는 신의 음성을 들어본적은 없지만, 이번 욘두의 음성은 내게 신이여, 아버지였다. 가오갤 3 통틀어서 인상이 깊을 걸 떠나 '가장 좋았던' 장면. 그분의 음성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한 눈을 떠 깜빡여보니 욘버지가 등장. 하지만 이내 허상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힘을 얻었다. 화살에 힘을 싣는 우리의 크글린. 여전히 휘파람 부는 입모양새와 몸의 포즈까지 엉거주춤 에 카리스마라곤 없다. 마치 배 나온 아저씨가 아들이랑 게임하는데 쓸데없이 몰입하며 몸 둠칫둠칫하며 조이스틱 조작해대는 느낌이랄까. 그러면 어떠하리, 드디어 화살공격에 성공. 드디어 Good dog코스모와 함께.

삶의 크래글린과 떠난 욘버지



그즈음 영화는 끝을 향다. 하이에볼루셔너리 함선에서 모든 생명체를 구해내겠다는 가디언즈 멤버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이번에는 네뷸라와 합작이다.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고, 일등 항해사로 돌아온 크레글린, 이번엔 네뷸라와 '크뷸라'가 되어 자신 있게 노웨어의 함선을 잇는 데 성공한다. 그 가운데는 good dog 코스모의 염력도 있었다. 화살을 만질 때와는 다른 자신 있는 크글린의 태도에서 든든한 안정감이 있었다. 그가 본업에 충실할 때, 새로운 부업에 휘청이며 나아질 때 나까지 만족에 이어 자신감을 얻는 기분이었다. 쿠키영상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어마무시했다. 이제는 안정감을 넘어 개그코드가 된다. 빌런들이 쳐들어 오자, 멤버들에게 쉬라며 무거운 몸을 삐걱삐걱 움직이며 자기 혼자 해결하겠다는 누가 봐도 최고연장자 크글린.

그의 화살력은 이젠 가오가 되었다.


음에는 크글린이 욘두의 업을 이어줘서 좋았는데, 영화가 끝나니 나는 그가 자체로 좋아졌다.

휘청휘청 가도 바른대로 가는 그의 모습이 마치 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결국은 바로가는 자가 나이길 바라는 염원이 있는 지도 모를일이다.


마지막으로,  배우 숀건 님 크래글린이 돼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추가. 건형제였다..

아니, 이제야 알다니!!! 아니, 이제라도 알게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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