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 홍이자님
엄마하고 부르면
꽃이 되는 그 이름
내 가슴마다 꽃이 피어요
언제나 그 자리 변함없는 모습
학교에서 받은
백점 시험지
잘했구나 칭찬하시고
빵점 시험지
노력하면 잘할 거야 안아주시네
오른쪽왼쪽 신호등 같은 우리 엄마
백점도 빵점도 햇살 되고 비도 막아주네
나는 커서 이다음에 큰 우산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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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까지 다녀오셨던 근대 신여성이셨던 외할머니의 딸 제 엄마의 시입니다. 공부보단 책만 읽는 문학소녀셨던 엄마에게 큰 우산이 되어 주신 멋진 외할머니를 떠올려 봅니다.
제가 1지망 약대를 떨어지고 2지망 전산학과에 붙었을 때 전 전산학이 뭔지 몰랐지만 외할머니께서는 전산학이 오히려 유망하니 그냥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했던 분이셨습니다.
마당 그네에서 옛날이야기도 들려주시고 그당시 제 국민학교 입학식에 예쁜 옷을 입히시고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매달아 등교시켜 주신 분도 외할머니셨습니다.
제 졸업식도 못 보시고 대학 4학년 봄날 홀연히 떠나신 할머니가 문득문득 그립습니다.
외할머니께서 공부 못한다고 엄마를 한 번도 혼내신 적 없으셨듯 저희 부모님도 제 성적이 오르면 보여드리겠다고 성적표를 안 보여드리면 그래 보여주고 싶을 때 보여주거라 하시던 분들이셨습니다. 저 또한 딸들에게 공부 때문에 뭐라 한 적 없고 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행복하기만을 바라왔습니다.
한식을 맞아 외할머니 기일이 다가옵니다.
꿈에도 안나타시는 외할머니가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언젠가 뵈올 날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라고 웃으며 외할머니 큰 품에 안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