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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쓰 Jul 31. 2018

나는 무엇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영화 <싱 스트리트>를 보고

  25살, 배울 건 다 배운 나이다. 대학까지 졸업하니 공부에 싫증이 났다.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한 것도 두어 달. 하루 종일 자소서만 무력하게 쓰고 있자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처음엔 이유를 몰라 한동안 방황도 했다. 이 허전함은 뭐란 말인가?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퇴근 후 요가를 배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지인은 주 1회 꽃꽂이를 배운다고 했다. '배운다'는 말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거면 비어버린 나를 다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배우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들 무언가를 배우며 살고 있다. 우리는 왜 배울까? 그리고 배움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최애 영화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주인공인 코너 롤러가 모델 지망생 라피나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밴드를 만들어 노래하는 내용이다. 코너는 이 과정에서 애매했던 자신의 꿈에 다가서며 성장한다. 이때 코너가 성장할 수 있게 한건 '음악'이다.  단순히 라피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시작했지만, 후에 이 음악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킨다.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양아치 베리 브레이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싱 스트리트의 교장 박스터에게 복수하기까지 한다. 그들이 코너에게 했던 폭력적인 행동과는 다른, 코너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이다. 그가 선택했던 음악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음악의 힘으로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코너 롤러는 운이 좋은 편이다. 비록 어머니, 아버지의 이혼으로 정신적 불안감이 있긴 해도, 음악적, 정신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형과 음악 천재 에먼 그리고 재미난 친구들이 있다. 코너 롤러 스스로도 어느 정도의 음악적 재능이 있지만 그것을 끌어내 주는 조력자가 둘이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가 없다. 심지어 집에 보트도 있어서 런던으로 건너가기까지 한다. (와우) 이제 그는 음악으로 인생을 바꾸는 도전을 한다. 그가 실패할지 성공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코너는 성공적으로 음악을 했다. 그리고 성장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영상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아리를 만들었고, 어떻게 어떻게 인원을 모았다. 맡겠다는 담당 선생님도 없어 아는 선생님에게 부탁하고 다녔다. 수난의 연속이었다. 부탁하고 매달리고. 시나리오를 다 짜놨는데 배우를 찾지못해 무산 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참가상 수준의 입상을 하나 하고 폐부되고 말았다. 학업 관련 동아리가 아니면 학교에서 신경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도 고3이었기 때문이다. 맡아서 동아리를 이어줄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내 성장기는 실패했다고 말 할 수 있다. 아니, 실패했다. 코너처럼 주위에 전문가도 없었고,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18살에 공모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고 입상이라는 결과도 냈다. 수능 공부 이외에 해본 적 없던 내가 사람들과 멘땅에 헤딩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다. 이 경험으로 대학 때는 영화도 실컷 했다. 사람도 많이 만났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이 배웠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느리긴 해도 성장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영상을 하면서 나도 성장한 것이다.


  요새는 컬러링을 하고있다. 결과물이 나오는 취미는 처음이다. '반고흐 명화 그리기'라고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에 색을 칠하는 것인데, 꽤나 재밌다. 누군가의 평가도 없고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없으니 마음도 편하다. 색에 대한 감각도 생기는 것 같다. 어제는 물감을 터뜨렸다. 치우는데 하나도 기분나쁘지 않았다. 색칠이 재밌고 치우는 상황도 웃겨서 깔깔 웃으며 바닥을 닦았다. 끝을 모르는 취준 생활이 지겨웠는데, 간만에 사는 게 재밌었다.


파란 물감의 흔적

  

  이 영화는 완벽하다고 보기 힘들다. 매력적이었던 조연들이 영화 후반부에 완전히 사라지고 캐릭터성이 확실히 잡혀있지 않다. 그러나 내가  <싱 스트리트>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도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다. 자, 그렇다면 이번엔 무엇으로 어떻게 성장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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