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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크 Dec 12. 2020

세월의 모양은 있으나 깜냥이 없는 당신에게

브런치라디오『어른의 언어 신박하게 해석하기』

아이의 머릿결은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아도 윤기가 나고 건강하다. 그럼에도 엄마는 아이용 샴푸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고른다. 보습력은 기본이고 향기가 오래 지속되며 아이 땀냄새 제거에 좋은지,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으며 천연원료로 만든 성분인지를 체크한다. 무엇보다 많은 아이들이 사용해 안전성이 검증되었는지에 우선순위를 둔다.


반면에 어른용 샴푸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리 만들어지고 성분보다 효과에 더 중점을 두며 크게 모발용과 두피용으로 나뉜다. 거품이 잘 나는 계면활성제와 머릿결이 부드러워지는 실리콘 오일이 첨가되면 두피의 모공을 막거나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두피 건강을 위해 화학 첨가제를 빼면 모발이 뻣뻣해지거나 푸석해진다.


아이는 보호와 이해가 필요하고 어른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어 오해만 쌓인다. 요즈음에는 아이용 샴푸를 어른이 사용하고 어른용 자전거는 아이가 탄다. 게임 세상에는 더 이상 어른과 아이가 구분이 안된다. 갈수록 경계가 모호해져 외형으로 어른과 아이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누가 어른이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아이가 계속 물어봐도 세월의 모양은 있으나 깜냥이 없는 물렁한 어른은 자꾸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만 한다.


아스크 작가는 『어른의 언어 신박하게 해석하기』라는 브런치북을 통해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어른의 삶은 복잡하지만 어른의 언어를 해석하면 누구나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미묘하게 얽힌 어른의 세계와 언어를 풀어내고 또한 유머와 위트로 어른 사회를 통찰한다.




책임과 의무만 남아 버린, 어른의 장점이 사라져 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참된 어른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어른이 없기도 하겠지만 진짜 어른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사자의 심장을 가진 줄만 알았던 어른은 어느새 사슴의 심장을 가지고 분주한 세상에서 한숨짓는다. 삶의 빈틈이 너무 많아 어른의 실상은 허상이 되어 거품처럼 사라진다. 작가는 '진짜 어른'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그냥 어른'이라도 찾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보다도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기막힌 순간이 있다.

양식보다 한식이 좋을 때
자장면 먹을 때 간자장 고를 때
오래 앉아 있으면 꼬리뼈가 너무 아플 때
뜨거운 물로 샤워하면서 시원하다고 느낄 때
코가 찡긋한 오이냉국을 한 번에 마실 때
몸에 좋다고 하면 하나 더 먹을 때


아스크 작가는 웃픈 어른의 현실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끄집어내어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작가는 아내가 직접 그린 삽화를 끼워 넣어 글을 더욱 사실감 있게 묘사하고 실제로 아들과 얽힌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글의 몰입도를 높였다.


천부적으로 공감 능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보통의 사람은 연습과 배움을 통해 그것을 터득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나누다 보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이 올바르게 전달이 되고 결국 공감하게 되는 기막힌 순간을 맞이한다. 공감이 독자에게 임하는 순간 어른의 언어가 해석이 되고 더 이상 어른의 언어가 어렵지 않다.


평소 모발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만 두피는 신체 중에 가장 많은 모세혈관과 신경섬유를 포함하고 있어 아주 민감하다. 두피가 개선이 되면 반드시 모발의 상태도 나아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어른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만 아이는 조만간 어른이 되며 어른의 언어로 일상을 읽고 싶어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 물어보는 것처럼 또다시 묻는 당신에게 아스크 작가의 브런치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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