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1. 그저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온기를 느낄 때가 있다. 그저 곁에 ‘있어줌’은 무엇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철저히 혼자다.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그 사람이 나와 어떤 관계이든, 그저 잘 모르는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라고 해도. 그래서 인(人)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뭐야.. 엄청 많은 일을 하고 있잖아.
2. 작가 이름은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대여한다면서, 어떤 자리든 1인분이 필요한 곳에 자신을 대여해달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반신반의하며 올린 글이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거나, 자신이 뭔가를 할 때 지켜봐 주기, 연극 대사 연습을 할 때 지켜봐 달라거나, 자신이 신칸센에 오를 때 밖에서 손을 흔들어달라거나, 아무도 오지 않는 병실에 문병을 와달라거나... 다양한 곳에 렌털 서비스를 신청한다. 렌털인은 의뢰인으로부터 교통비만을 받고 자신을 대여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다양한 용도로 자신을 필요로 한다. 생명부지의 자신을. 작가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을 필요로 하나, 사람은 왜 누군가의 존재가 필요한 것인가. 그곳에 가서 렌털인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기에 그런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병문안을 와 달라거나, 배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이 렌털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렌털인의 이야기가 온라인상에 화제가 되자 이 렌털인을 다룬 티브이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도 나왔다고 한다. 일본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아마 사기극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만약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나는 무엇을 의뢰할 수 있을까?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