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무엇이든 가능하다>
1.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한번이라도 자책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소소한 기쁨이나 고마움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자책해 본 사람은 다른 사람도 나에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다른 사람도 충분히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결핍, 부족함에서 오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나도 부족할 수 있으니 너도 그럴 수 있다, 라는 것.
2.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다 보면 마음이 묵근해지면서 따뜻해진다. 그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아주 소소한 이웃들의 삶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들 개개인의 삶이 모두 한 편의 가치 있는 이야기이며 서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 없이 혼자서 적조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관심을 가지며 방문하는 상황은 엘레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에 간간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작가의 성품이 잘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인용한 대목은 <계시>라는 소설 중 한 대목인데, 이 소설에도 사람들과 왕래 없이 폐인처럼 살아가는 이웃 ‘피터’를 걱정한 나머지, 그의 안부를 물으러 간 ‘토미’가 등장한다. 토미는 피터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듣게 된다.
삶이 쓸쓸해질 때면, 삭막해질 때면 읽고 싶은 소설. 품에 안고 자면 온돌에 누운 듯 든든하고 묵지근하게 가슴을 데우는 소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