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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smart rabbit Jul 30. 2024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이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

우발사태 시뮬레이션

사관학교를 다닐 때 중대장생도가 직책 수행을 마무리하며 업무보고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중대장은 항상 플랜 B를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나도 정보작전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었기에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현실은 언제나 계획처럼 되지 않았고, 늘 예상하지 못 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이러한 현실의 불확실성은 두가지 상반되는 결론을 낳는다. 하나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계획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니 더 엄밀히 대비해야 한다.”이다. 당연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후자다. 우리의 미래는 아주 지독한 안개 속에 펼쳐져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절대 계획처럼 되지 않기에 항상 우발사태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1992년 sheina orbell와 paschal sheeran 박사는 기념비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들의 재활 회복 속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기 위함이었다. 연구 결과 목표를 종이에 적은 환자들이 훨씬 빨리 회복했다는 것을 밝혔다. 단지 목표나 계획을 종이에 적은 것만으로도 실제 그들의 실행력이 높아졌고, 그로인해 더 열심히 재활 운동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인 집단은 이와 더불어 통증이 예상되는 특정한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했다는 것이다.


재활을 방해하는 요인은 고통이다. 재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가만히 있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회복 속도는 더디다. 하지만 빨리 회복한 노인들은 이런 통증이 있을 것을 상상해보고 그럴 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여 이것을 극복할 것인지 기록했다.



우발사태 시뮬레이션


나는 이것을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듣기엔 쉽지만 막상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주진 못한다. 즉, 플랜 B는 태도인 것이고,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은 실제적인 가이드이다.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은 “우발 사태 예상”과 “대처법 강구”로 나뉜다. 예상 가능한 우발사태를 상상하고, 그 상황에 맞는 자신의 구체적인 행동을 생각하는 것이다. 핵심은 “시뮬레이션”이다. 막연히 이런 일이 있겠지 한 번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다.”같은 형식이다.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을 잘 활용하고 있는 예시는 올리브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올리브영에 입사하면 본사에 가서 교육을 듣는다. 교육의 주 내용은 고객응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고객 응대라는 건 매우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이뤄지는 일이기에 글이나 영상으로만 교육 받았다 해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올리브영은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을 사용한다. 다년간 데이터를 통해 고객 행동을 분석한 뒤 그것을 토대로 “~~한 상황에서 고객이 ~~말했을 때”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 할 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다.


강의식 교육을 들을 때는 ‘그냥 ~~식으로 넘기면 되겠지’ 하고 넘어가지만 막상 구체적인 문장을 맞닥뜨렸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진다. 교육생들은 각자의 대답을 생각해보고 모범답안과 자신의 대답을 비교한다. 이 교육은 실제 근무환경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교육생들은 머릿속에서 이미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것이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모든 상황을 다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없다. 하지만 대표적인 상황 몇 개만 시뮬레이션 해도 그와 비슷한 수많은 상황에서 훨씬 발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스스로 순발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발사태 시뮬레이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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