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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Jan 13. 2021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영화와 나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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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처음 접한 건 고3 때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의 야생마처럼 딴딴하고 야성미 넘치는 연출에 매료되어 그 후 그의 작품을 빠짐없이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로 2019년 <원스 어폰 어 타인 인 할리우드>을 영화관에서 보고 그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관람했다는 기쁨을 간직하기 위해 아직도 그 티켓을 지갑에 넣어 다니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이름부터가 괴상하기 짝이 없다. 실제 모습도 딱 괴팍한 영화광처럼 생겼다는 주관적인 의견이다. 어릴 때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며 온종일 영화를 보며 손님과 토론까지 했다는 그의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전 세계 영화광들의 롤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소년 때부터 혼자 각본을 쓰며 익힌 글솜씨는 실제 그의 영화 대사에서 빛을 발했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은 한 식당에서 6명의 남자가 찰진 대사를 주고받으며 시작된다. <펄프 픽션>, <데쓰 프루프>같은 범죄 영화들에서 쉴 틈을 주지 않는 비속어가 눈을 사로잡는다. 비속어와 함께 유쾌한 대사들도 유명하다. 피 튀기는 심각한 장면에서 꼭 실소를 유발하는 대사를 집어넣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시답잖은 말장난이 아닌 가벼운 농담과 뼈 있는 농담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유머에 깊이를 더한다.


잔인함도 매력 포인트이다.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에서 오프닝의 학살 장면은 그의 영화 중 가장 훌륭하고도 가차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재키 브라운>의 유명한 주차장 씬, <킬 빌>의 대부분의 전투 씬에서도 거리낌 없이 상대를 죽이는 살벌한 모습을 보이며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범죄자들의 이중적인 면을 재미있게 담아내는 점이 인상적이다. <펄프 픽션>의 드라이브 씬에서 예상치 못하게 인질을 쏴버리는 어설픈 모습이 좋은 예시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주로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광활한 대지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긴 고속도로에서 추격전을 그린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묘사한 LA의 거리는 그 시절의 낭만을 정확히 그려낸다. 언젠가부터 미국을 떠올렸을 때 그의 영화의 장면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말투, 자동차, 술집, 담배, 생활 방식, 식당 등 그의 영향을 받아 상상한 것들이 많다.


감명깊게 본 영화에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잘 만든 영화 한 편으로 특정 장소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형성된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나는 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를 보고 1960년대의 일본에,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를 보고 1980년대의 대만에 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향수를 느끼기도 했다. 물론 Childish Gambino의 뮤직비디오에서처럼 미국을 갑자기 사람을 쏴 죽이는 것이 만연한 국가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낭만적인 면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나에겐 위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 것 같다.



분명히 호불호가 많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영화는 최악의 선택지일 것이다. 나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소수의 끔찍한 장면을 제외하면 통쾌한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짜릿함을 배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대단하여 만족스럽다는 의견이다.


미국 영화 감독 중에 가장 특색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OST나 폰트, 액션 장면 등에서 과거 영화들의 패러디를 찾을 수 있다. 그의 방대한 영화 지식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그의 영화를 생각하면 영화에 대한 이런 애정과 낭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에 대한 진득한 사랑이 작품에서 너무나 잘 보이기 때문에 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다음 작품은 또 언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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