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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단문

1. 무쉐뜨 (1967)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의 이야기

by 안승민 ASM

감독. 로베르 브레송

출연. 나딘 노르티에, 장 클로드 질베르, 마리아 카르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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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소녀 무쉐뜨는 가난한 가정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친 시련의 크기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학교에서는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께 모욕을 당하고 하굣길에서는 아이들에게 돌을 맞아가며 혼자 걸어간다. 집에는 방탕한 아버지와 병든 어머니, 그리고 갓난아기가 있다. 늘 부재한 아버지 때문에 무쉐뜨는 홀로 집안일을 한다. 비가 쏟아지듯 오는 어느 날, 무쉐뜨는 집에 가지 못해 숲 속에 머무르는데 그 과정에서 밀렵꾼에게 겁탈을 당하고 만다. 그 이후 집에 돌아온 무쉐뜨는 아이와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 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버리고 무쉐뜨는 몸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는다. 결국 무쉐뜨는 강물에 몸을 던져 그녀 스스로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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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특히 앳되보이는 어린 배우의 분위기가 영화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쉐뜨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지만 손을 쓸 수 없는 현실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녀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너무 간결하게 잘 만든 영화 때문에 달리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이다. 칼같이 냉정하기에 더욱 아름답고 슬픈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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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영화는 경제적이다. 그의 영화에서 배우는 영화라는 큰 기계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부속 장치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래서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참혹한 현실을 비춰주기에는 가장 탁월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의 영화에서는 구원을 찾기 어렵다. 비극적인 운명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주인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가 비추는 현실은 냉담하고 차갑다. 억지로 따뜻함을 연출하기 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충격을 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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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쉐뜨 #로베르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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