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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민 ASM Jun 26. 2022

17. 탑건: 매버릭 (2022)

끝내 마음의 빚을 갚은 파일럿의 이야기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마일스 텔러, 제니퍼 코넬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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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초등학생 때 영어학원에서는 영어로 닉네임을 지어 원어민 선생님이 우리를 닉네임으로 부르곤 했는데 당시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의 닉네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영화를 알고 그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냐하면 이름이 XX건 이었던 것 같음) 어린 마음에 멋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1986년작 탑건의 명성은 옛날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파일럿의 이야기가 크게 끌리지 않았던 나는 봐야지, 봐야지 하고 미루고만 있던 영화 중 하나였다. 심지어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A3 포스터도 수집함에 있는데 볼 마음이 정말 없었나 보다. 하지만 며칠 전 개봉한 후속편 <탑건: 매버릭>의 좋은 평가를 보고 더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먼저 원작 <탑건> 부터 봤다. 톰 크루즈의 20대는 정말이지 너무 반짝반짝 빛났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에 구식으라고 느껴질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배우의 매력으로 많은 단점이 커버가 되는 것 처럼 보여지는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영화 내내 습한 공기에 땀방울 가득찬 무더운 여름의 숨막힘이 그대로 느껴졌는데, 남성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이 분위기와 찰떡같이 어울렸던 것 같다. 군대라는 통제 가능한 단체 속에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매버릭이란 캐릭터가 주는 생동감도 뛰어났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톰 크루즈의 연기력에 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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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26일 오늘, <탑건: 매버릭>을 봤다. 오프닝부터 팬들을 설레게 했을 음악. 1편에서 주구장창 반복되는 'Take my breath away'를 내세우며 40년만에 나온 후속편의 등장을 웅장하게 기념하는 듯 했다. 1편에서 대위였던 매버릭은 그 동안 많은 전투를 경험하고 훈장을 받았지만 꽤 사고를 친 탓에 동료들보다 진급이 늦어진 대령으로 등장한다. 군사 작전을 위하여 다시 탑건의 교관으로 부임하게 되는 그는 자신과 함께했던 윙맨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를 그 곳에서 만나게 된다. 1편을 본지 얼마되지 않아서 구스를 연기한 배우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그를 꼭 닮은 배우가 아들역을 맡아서 이입이 더 잘 되었다. 훈련생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상관과 마찰이 생기고, 루스터 등 다른 훈련생들과도 잘 맞지 않았던 매버릭은 도움을 얻고자 예전 동료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매버릭은 과거를 이제는 잊어도 될 때라는 동료의 조언을 듣게 된다.


매버릭과 훈련생들이 맡게 된 작전은 굉장히 난이도 높은 위험한 것이었다. 전투기와 비행 기술, 파일럿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상상도 못할 빠른 속도로 협곡을 가르며 저공비행해야한다는 작전 설명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매버릭의 혹독한 훈련에 훈련생들은 하나둘씩 지쳤지만 어쨌든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시행 날짜가 모종의 이유로 앞당겨진 상황에서 매버릭을 뒤에서 지원해주던 상관이 지병으로 돌아가게 되어 평소 매버릭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다른 상관에게서 비행 금지 명령을 받게 된다. 하지만 훈련생들에게 새로운 작전을 설명하려던 상관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그의 작전 시뮬레이션을 완벽히 성공시키게 되고, 그 상관은 결국 매버릭을 복직시킨다. 마침내 결전의 날, 순조롭게 진행되던 작전은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매버릭과 루스터의 기지로 결국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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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를 보고 피트 미첼 대령(대위)의 콜 사인이자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매버릭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Maverick은 '독립성이 강한, 전통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1편에서 매버릭이란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독특하다는 대화 장면이 기억나는데 뜻을 알고 보니 과연 그런 생각을 가질 듯 하다. 영화에서의 매버릭은 이름 그대로다. 1편의 첫 시퀀스에서 부터 그가 명령을 거역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 캐릭터가 항상 최선의 선택, 인도적인 선택을 위한 경우에만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을 짧은 시간에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킨다. <탑건: 매버릭>에서는 비행 금지 명령을 어기고 직접 조종을 하는데, 이 때도 자신의 작전이 최선의 것임을 모두에게 확신시켜 주기 위해 움직였다. (너무 멋있게 연출되었지만 사실 군대에서 이런 행동은 정말이지 현실성이 없다ㅋㅋㅋ)


후속편의 제작 목적이기도 했을 구스의 아들 루스터. 초반의 바 장면에서 피아노를 치는 루스터를 지켜보며 구스와의 옛 추억이 떠올라 눈물을 보이던 매버릭의 모습은 아직 어색했던 두 영화를 완벽하게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였다. 구스(Goose)와 루스터(Rooster)라는 콜 사인도 조류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버지와 똑 닮은 외모의 루스터는 아버지와의 사건과 함께 자신의 해군 사관학교 서류를 4년이나 반려한 매버릭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는 매버릭의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루스터를 자신의 윙맨으로 삼아 끊임없이 자신감을 주고, 루스터도 매버릭을 크게 도와주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전진시켜나가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고 끝낼 수 없는 압도적인 연출력이다. 1편에서 펼쳐진 공중전은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연출로 극적인 재미를 끝까지 이어간다. 초반부터 마하의 속도를 숨막히게 표현하여 집중도를 높이는데, 이 때의 시퀀스도 1편과 비슷하게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협곡을 가르는 비행 훈련과 급강하는 전투기의 모습 등을 아주 사실적으로 와닿게 연출하였다. 중력을 이겨내는 파일럿의 모습 등 출연진들의 연기력 또한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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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을 보며 군대에서 나의 상관들을 떠올려 봤다. 그 중에 정말 존경받아야 마땅한 분들도 있었고, 매번 피하게 되는 분들도 있었다. 어떤 영화를 보든 영화와 비슷한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뛰어난 리더, 혹은 동료와 함께 성공시켰던 팀 작업이 얼마나 보람차고 뜻깊은 일이었는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영화로 봐야하지만 매버릭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은 그의 말처럼 누군가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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