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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Aug 18. 2021

나의 불안, 걱정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걱정이 많았다. 학교 시험을 치르고 나면 OMR 카드에 마킹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까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 수능을 치기 전에는 100일 전부터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공부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는 '보통이 되지 못할까' 걱정했다. 대학생, 본인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본인만의 가치관이 확립되기 전의 시절, 다들 연애를 하길래 안 하면 이상할까봐 연애를 하기도 하고, 다들 술을 마시길래 즐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고, 다들 기업에 취직을 한다길래 기업에서 일할 마음도 없으면서 무작정 스펙을 쌓았다.


요즘은 더 사소한 걱정들을 한다. '나의 자취방'이라는 소중한 내 독립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출근길을 나서다가 인덕션은 껐는지, 에어컨은 껐는지, 현관문은 제대로 닫았는지 걱정이 되어서 다시 돌아가서 확인을 한다.


지금 와서 나의 고민들을 보니, 인생 살며 욕심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나만의 계획을 세워놓고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을까 그렇게 불안해 했나보다. 또, 소중한 게 생기면 그것을 잃게 될까 불안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지금도 그 욕심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것들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하지 않았던, 내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나의 삶을 막아섰다. 그래서 어떤 때는 걱정이 많을 수록 '이 부분들은 장애물이 되지 않겠구나'하고 웃어버리기도 한다. 나름의 발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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