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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Aug 18. 2021

나의 인간관계


대학교 졸업 전과 후로, 나의 인간 관계는 나뉜다. 나는 대학교를 서울로 갔고, 내가 신입생이던 당시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처음 홀로서기를 해보며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같은 과이든, 다른 과이든 연이 닿기만 하면 친구가 되었다.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같은 과인 서울 친구들, 다른 과인 광주에서 올라온 친구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같은 과인 서울 친구들과는 일상을 공유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선이 있었지만, 지방에서 온 룸메이트들과 광주 친구와는 정말 모든 걸 공유했다.


특히 많이 공유한 부분은 '연애'와 '앞으로의 진로'였다. 부모님께도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이야기했고, 그게 진정한 우정이라고 믿었다.


부작용은 당연히 있었다. 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나의 소중한 비밀들이 타인에게 알려지곤 했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싸운 게 잘못이지, 나의 모든 걸 진솔하게 털어놓은 게 잘못이 아니야.'


5년이라는 기간동안 서울이라는 타지에 머물며, 부모님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목표 또한 기업에 취업하는 게 아니었기에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느꼈다. 나의 진정한 친구들의 기한은, 내가 친구들의 근처에서 힘들 때 위로를 해줄 수 있을 때까지라고. 서로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내 친구들에게 효용 가치가 낮아졌고, 지금에 와서는 가끔 전화하는 한 친구만이 남았다.


그때 알았다. 서로의 모든 비밀을 알아도, 친구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그 후 부산에서 대학원을 한 학기 다니며 두 명의 친구를 만났고, 대학원이 맞지 않아 한 번 일해본(지금은 생업이 되었지만) 학원에서 1년을 버티며 한 명의 친구를 얻었다.


이번 친구들과는 애초에 매일 카톡하며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애틋하지만, 2달에 한 번 정도 직접 만나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만날 때마다 어색함이 없다. 만나서도 썸 타는 사람 혹은 사귀는 사람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다 얘기하지 않는다. 간략하게 결론만 이야기한다. 힘든 이야기도 다 털어놓지 않는다. 그 일이 지나간 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런데 잘 이겨냈다고 이야기 한다.


딱 좋다. 그 정도의 친밀함과 그 정도의 거리가. 뜨겁지 않고 은은한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 친구들은 내게 예전의 친구들보다 조금 더 오래 머물 것 같은 느낌이다.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고, 또 반대로 서운하게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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