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가는 수업은 학생들이 신이 난다. 거의 모든 학년들이 그런 편이다. 학생들이 대답도 큰 소리로 하고, 자기의 고민까지도 큰 소리로 얘기한다. 그 이유는 앞에 서있는 내가 모든 말을 웃으면서 받아주기 때문이다.
한때, 이런 나의 수업과 원장님의 수업이 비교가 되어서 스트레스 받았던 적이 있다. '나는 왜 학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없을까.' 나처럼 부드러운 면이 강한 선생님이라면, 한번쯤 해볼 법한 고민이다.
원장님의 수업을 들어가면 학생들은 조용해진다. 제 아무리 자기 주장이 강한 학생이라도 원장님 앞에서는 공손해진다. 앞에 선 선생님이 그런 카리스마가 있으면 학생들은 긴장하고,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도 올라간다. 그러면 나의 수업보다 원장님의 수업에서 얻어가는 게 더 많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다 우연히 유재석이 나오는 동기부여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유재석 또한 개그맨이 된 초기에 당시의 매니저에게 '너는 왜 카리스마가 없냐? 다른 개그맨들처럼 카리스마가 있어야지~'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유재석은 그 이야기가 너무 싫었고, 본인은 본인만의 강점이 있는데, 남들이 가진 카리스마를 본인도 가져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한다.
그 짧은 영상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원장님의 강점과 나의 강점이 다르고, 원장님의 수업에서 얻는 것과 나의 수업에서 얻는 것이 더하고 덜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게 아닐까.
나의 강점은 '소통 능력'이다. 나는 학생들의 마음의 빗장을 순식간에 열어버린다. 내가 수업 중간중간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학생들이 한명씩 와서 학교에서의 고민, 연애 고민, 입시 고민 등을 털어놓는다.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자기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준다면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그 한 명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 고민들을 항상 진심으로 듣고 공감해준다.
그러다보니 수업을 들어가면 학생들이 나를 친근하게 생각하고, 수업을 편하게 듣고 많이 웃는다. 한 학생만 편애하지 않으려고, 모든 학생들의 말을 잘 듣고 고루 관심을 쏟는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가끔 소리도 친다. 그러면 학생들이 다시 집중해보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인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답이 틀리더라도 웃으면서 시도는 좋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겁없이 대답을 한다.
나의 수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나만의 색깔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의 유형은 다양하겠지만, 그 중 하나의 유형을 찾아서 실행하고 있는 듯하다.
나도 유재석처럼, 나의 강점을 가지고 나만의 수업을 하며 나만의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계속 이러다보면 언젠가 나도 유재석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1인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꼭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강의를 오래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