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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Sep 01. 2021

나는 오늘도 이직을 참는다

하지만 솔직히 흔들린다

오늘도 사람인에서 내 이력서를 본 학원에서 연락처 공개 요청이 왔다. 올해 정말 많은 연락처 공개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학원에 대한 높은 충성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흔들렸다. 처음 이력서를 올렸을 때 연락오던 학원들은 근무 조건이나 페이가 별로였는데, 요즘 연락오는 학원들은 지금 학원보다 대략100만원 이상 높은 페이를 부르고 있다.


100만원 그 이상의 돈을 더 받게 되면, 적금도 더 넣을 수 있을테고, 가지고 싶은 것들도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일하다 말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지금보다 근무 시간은 짧은데, 페이는 더 높네..'


하지만, 나는 이때까지 단 한번도 연락처 공개 요청에 '수락' 버튼을 눌러본 적이 없다. 단지 올라가는 학원들의 페이를 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이력서를 올려놓을 뿐이다.



학원가에 이직이 비일비재함에도, 내가 오늘도 이직을 참는 이유는 '나의 행복'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신의를 저버리고 혼자 행복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6개월간 나에게 영어 문법을 가르쳐주신 원장님의 정성을 생각하면, 그리고 내가 오래 머물 거라 믿고 나에게 마음을 연 학생들을 생각하면, 나와 웃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동료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이직을 못하겠다. 다른 학원으로 옮기더라도 지금의 학원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사실 이직으로 페이를 올려가며 본인의 몸값을 올리는 게 절대 나쁜 게 아니지만, 더 많은 페이를 추구하다가 내가 불행해질까, 나는 염려가 된다. 그래서 지금의 학원에서 몇 년간 실력을 쌓아서 내가 학원을 차린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뒀다.


이 목표를 숨겨둔 무기처럼 마음에 장착하고, 나는 오늘도 이직을 참는다. 하지만..나도 사람인지라 솔직히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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