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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Feb 01. 2022

내가 고등에서 물러난 이유

고등을 친다는 게 비록 멋있긴 하지만서도

모든 학원 강사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고등학생을 담당하는 강사가 될 것인가?'


이 부분을 고민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고등학생을 담당하면 그 강사의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는 단순한 이유와 페이가 올라가고, 대신 워라밸이 붕괴된다는 현실적인 이유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내가 영어학원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중학생 문법과 리딩을 담당하는 강사였다. 그때 나는 고등학생까지 담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었다. 고등학생 영어 과외 경험은 있었지만, 학원가에서는 과외 경력을 그다지 인정해주지 않아서 계속 고등을 치는 강사가 될 방법을 생각했다.


결국 내가 찾은 답은 '이직'이었다.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다 아우르는 입시 영어학원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고등학생 수업에 들어갈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수업준비에 임하는 것이 인정을 받으면서 한두달 뒤부터 고2 수업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고등을 담당하고 담당하지 않고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일단, 기본이 주6일 출근이고, 내신대비 기간에는 3주씩 주7일 출근을 한다. 고등학생 내신 대비를 해주기 위해서는 교과서 본문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부교재까지 커버를 해야하기 때문에 범위를 여러 번 돌려주기 위해서는 학생들도 나도 주7일 등원, 출근이 일상이 된다.


그리고,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 중학교 내신까지는 3주동안 꼼꼼히, 치밀하게 대비를 시키면 성과가 쉽게 난다. 교과서 본문과 문법에서 문제가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내신은 학생들 내신 대비를 준비시키다보면, 중요한 포인트들이 한정적이어서 그것들만 주입식으로 가르쳐주면 시험 적중률이 높다. 쉽게 고득점이 나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등을 치는 강사라고 해서 꼭 초중등을 담당하는 강사보다 페이가 높은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은 학원의 차이였다. 기존의 고등까지 담당하는 입시 영어학원보다 이제 가게 되는 초중등 어학원이 더 페이가 세다. 이유는 이직하는 초중등 어학원의 규모가 훨씬 크고, 선행 학습을 하는 학원이어서 중학생이 이미 고등학생 단계의 영어학습을 하기 때문에, 강사가 어짜피 고등학생을 가르칠 실력이 되어야 해서이다.




나는 이제 3월부터 초중등 어학원으로 간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학원이라서 기대가 크다. 레벨테스트가 있는 학원이라서 학생들의 실력도 많이 기대가 된다.


내가 이렇게 고등에서 물러난 이유는, 고등학생들의 내신 대비에서 허무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주7일을 함께 고생하고도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해서 속상해하는 학생들 때문에 속상했다.

 

물론, 성과를 내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90점을 넘고, 1등급을 받았다. 소수였다. 점수가 올랐는데, 내신 등급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고등학생의 내신 상대평가 때문에, 나는 속상했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영어 공부를 하는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맘 편할 것 같다. 이전 학원에서 느꼈던 허무함을 덜 느낄 것 같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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