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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은 Nov 05. 2022

영어강사인 내가 카페에서 수업 준비하는 이유

강사 이상의 선생님이 되는 시간


주말이다. 주말에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집에 있으면 늘어져있는 나를 알기에, 나는 일어나자마자 수업 교재들을 들고 나와서 카페로 출근을 한다.


커피와 함께 한참을 멍을 때리며 버즈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다가, 정신이 또렷해지면 손에 샤프를 든다. 수업교재의 지문들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한 지문을 분석하고 나면 꼭 창밖을 보면서 잠시 쉰다. 집중력의 비결은 '쉼'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구경을 좋아한다. 카페에 앉아있으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카페 안에도, 창밖에도 가득하다. 누군가의 대화 소리나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쓰는 용어들에서 그 사람의 현재 상황 등이 추측이 된다. 고등학생, 취준생, 대학생, 행복해보이는 커플, 따뜻해보이는 가족, 즐거워보이는 친구들 등등..


나는 그 속에서 진정한 '쉼'을 느낀다. 일터인 학원, 나의 보금자리인 집과 분리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에 투자하는, 교재연구를 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생산적이면서도 절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가끔은 그 잔잔한 즐거움 속에서 미래에 대한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를 잡아채곤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 기록해놓는다.


누군가에게는 수업 준비를 주말에 하는 게 비생산적일 수도 있겠지만, 학원에서 급박하게 시간에 쫓겨서 수업준비를 해서는, 내가 원하는 완벽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원에 10월 중에 사직서를 내고 곧 이직을 앞두고 있지만, 지금 학원에서의 수업 하나하나가 아직 내게 소중하다. 학생들 앞에서 자신 있게 수업하기 위해서, 백프로 그 이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여유로운 상황과 시간 속에서 지문을 완벽히 분석한다. 단어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나는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루틴이 쌓여서, 아무리 복잡한 문장구조라도, 누구보다 쉽게 분석해내는 내가 될 거라고 믿는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다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노력하다보면, 학생들도 이 마음을 알아주길, 아니 느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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