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순 여사의 장례식 -1
나무 많은 바람에 가지 잘 날 없다
그녀가 죽었다.
상주 복장을 하고 앞에서 걸어오는 저분이 바로 우리 큰아버지다. 그는 구성원 전체가 기독교를 믿는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불교에 귀의한 사람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스스로 머리를 밀어버리고 산으로 숨어들었다. 군대 입영통지서가 나오자 온 가족이 국내에 현존하는 모든 산을 뒤져 그를 찾아냈다. 난사람이다. 지금은 교회 목사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았으나 아들이 하나 있다.
옆에서 큰 눈을 부리부리 빛내는 사람은 우리 아빠다. 아빠는 내게 항상 자신이 전교 1등만 했으며 품행 방정한 학생이라고 하셨다.
그의 과거사진에서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채 누가 봐도 불량스러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아빠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내게 말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는 중학교 중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미 술과 담배를 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음주 행각 등을 보고 아빠가 혀를 끌끌 차실 때면 몹시 혼란스러워진다.
옆에서 조문객들을 향해 절할 준비를 하는 사람은 셋째 작은아버지시다. 그는 기러기 아빠다. 하나뿐인 딸과 아내는 장례식 때조차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는 사기 전과로 교도소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는 한때 국내에 한정수량으로 들어온 차를 끌고 다녔다. 그는 친척 중 가장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그는 현재 고시원에서 지낸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저분이 넷째 작은아버지시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한 국립대 교수가 되었다. 끊임없이 뒷바라지 해온 아내의 희생이 컸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한때 집안의 큰 자랑거리였다. 그는 제자와 살림을 차렸다.
눈물을 닦는 저분은 막내 작은아버지시다. 그는 대기업 계열사 대표 자리를 맡고 있다. 그는 형제 중 가장 융통성이 없고 독한 사람이다. 그는 학생 때부터 커리어 패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외국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는데 4개 국어를 한다. 그는 자식들에게 의절당했다. 그의 딸은 자살을 했다.
상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통곡하는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정말 슬퍼서 우는 건지 보여주기 식 통곡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미친 사람이 아닌 우리 고모다.
가장 맏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첫째야, 둘째야, 셋째야 등의 호칭을 태어나서 한 번도 듣지 못했다. 할머니께서는 큰아버지를 항상 첫째라고 부르셨다.
자랑스러운 우리 고모는 이혼을 두 번 하고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 친구가 있다.
그중 첫 번째 결혼은 사기결혼이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영정사진을 지켜보는 사람이 우리 할아버지이시다.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 엄청난 미남이셨다. 난 그의 젊을 적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9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도 밥상을 엎고 그릇을 집어던져 깼다.
그는 한평생 한 여자만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그녀는 우리 할머니가 아니다.
이 모든 사람들을 몸과 마음을 바쳐 키워낸 나의 할머니, 김말순 여사의 장례식이 막 시작되려 한다.
그녀는 초등학교 조차 다니지 못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얼굴에 로션을 발라보지 못했다.
그녀는 깨진 병으로 남편의 둘째 부인의 얼굴을 그은 적이 있다.
그녀는 두 번의 자살 시도를 했고 모두 실패했다.
그녀는 9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는 사실 그녀의 자식 중 한 명에 의해 타살로 사망했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