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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 Oct 08. 2015

넥센 히어로즈를 추억하며

생각해보면 어릴 때 나는 연고와는 전혀  관계없는 삼성팬이었다. 양준혁을 좋아했었지. 하지만 야구보다는 오락이 좋아질 때쯤 삼성이라는 구단보다는 소닉과 마리오를 응원했었다.


더욱이 나이를 먹어 고등학생 시절 2002년 월드컵의 열풍으로 축구가 유행할 때 다들 호나우두 지단 앙리 트레제게와 안정환 설기현 박지성 송종국 등의 이야기를 꺼낼 때 야구라는 것은 너무나도 아웃사이더 냄새나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군대에서였다. 일병 때 내 선임들은 야구를 좋아했다.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은 GOP. 선임들은 내무실에 앉아서 야구 채널을 봤다. 나는 짬도 안돼서 야구 채널만 곁눈질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오랜만에 야구를 접했고 나는 어릴 때 응원하던 선수들이 나이를 먹어 한둘 은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 현대 유니콘스가 재정위기로 우리 히어로즈가 됐다는 사실도 군대에서 처음 접하게 됐다. 그 강력하던 현대 유니콘스가 말이다. 근데 당시에는 그게 무슨 상관 이람. 군대에서 작업을 하다가 부러뜨린 삽자루가 7개가 될 때쯤, 전역을 했다.


그리고 


2009년 야구의 열풍이 불면서 스포츠 기사를 보면 넥센 히어로즈에서 누가 팔렸네 누가 트레이드됐네 장원삼이 가네 마네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나는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넥센에 조금 측은지심이 들었다. 덕분에 한두 번씩 챙겨 보던 것이 어느새 '팬'이라는 수준까지 오게 됐다. 사실 별거 아닌데...


09~11년 까지 넥센의 암흑기 시절. 황재균이 트레이드되고 이현승이 팔리고 이택근이 팔리고 송신영이 트레이드되고 김수경이 못하고 황두성이 은퇴를 하고 강정호도 팔리겠지. 했던 그때. 나는 이 팀 자체가 송두리째 팔리거나 흩어져 어게인 쌍방울을 그릴 줄 알았다.


정말이다. 미래가 없는 팀이었다. 하루하루 누가 트레이드되나 이런 기사만 살피고 잘하며 잘하는 데로 칭찬해주고 못하면 마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주인공처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어쩌겠어"라는 으쓱한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변해갔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넥센이 당당히 포스트 시즌을 밟고 우승 후보로 꼽힌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으니까. 마치 2009년에 걸어서 스마트폰을 하다는 당연한 개념과 맞먹는 거였다.


지난해, 넥센은 아쉽게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오늘 넥센 히어로즈는 KBO 리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와일드 카드전에서 힘겹게 올라갔다. 언젠간 우승을 하겠지?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우승을 하고 내가 그 야구장에 서 있을 때 나도 넥센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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