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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현석 Mar 27. 2018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나는 다른 것을 본다〉-3화-

#언제나 ‘신상’만 팔 수는 없다

Philip kotler

‘마케팅의 대가’이자, 대학원 재학 시 내게도 심오한 마케팅 철학을 우뚝 세워준 노스웨스턴 대학의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서 저성장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기업이 크게 성장하려면 한두 가지 전략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며 여러 가지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제까지의 전략이 여전히 최선인지 점검하고, 경쟁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지금 잘나가는 브랜드라 해도 언제까지나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오늘의 장점이 내일의 단점이 되지는 않을지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판매가 부진하다면 과연 지금의 전략이 최선인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구관을 명관으로 만들어라


분명 타깃도 철저히 분석하고 포지셔닝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철저히 외면당할 때가 있다. 보기 좋게 허를 찔린 느낌이랄까. “전문가들이 아무리 회의하고 리서치해서 뭔가를 만들어도 대중은 항상‘ 너희들 이건 몰랐지’하며 하나를 더 알려준다.”라는 모 영화 제작사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우리보다 반 발짝 더 앞서 있다. 우리는 가끔, 혹은 종종 시장에서 실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여야 하는 뼈아픈 운명을 맞는다. 이는 1980년대 매우 선진적인 제품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고도 판매 부진으로 해고를 당한, 스티브 잡스도 피해가지 못한 상황이다. 자, 이제 고민이 생긴다. 그렇다면 실패한 제품과 서비스를 바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 처분해야 할 것인가. 개발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만 하다 끝날 것인가. 하지만 언제나 반전의 기회는 존재한다. 바로 ‘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 그 반전의 단초다.

리포지셔닝이란 소비자 욕구와 시장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기업 내 각종 상황변화 등을 분석해 기존 브랜드의 포지션을 새롭게 조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실패한 제품과 서비스라 해도 소비자를 매혹시킬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내놓자마자 외면당한 제품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기존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때의 리포지셔닝은‘ 낡은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업종의 특성상 패션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기존의 유통망이나 인지도는 그대로 가져가되 소위‘ 한물간’ 브랜드의 얼굴을 바꿔 왕년의 인기를 되찾으려는 심산이다.

2013년 남성 어덜트 캐주얼 시장을 이끌어온 브랜드‘ 인디안’은 40년 넘게 쌓아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뉴NEW 인디안, 뉴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을 새롭게 내세웠다.

(주)세정 인디안

남성들이 본격적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젊은 감성에 어필해야 할 필요를 실감한 것이다. 먼저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정우성을 모델로 기용해 스타일리시한 직장인의 모습을 표방했다. 인디안 매장은‘ 웰메이드’라는 편집숍으로 탈바꿈했고, 자연히 기존 40~50대 타깃 의 어덜트 캐주얼은 대폭 감소했다. 리포지셔닝은 쇠퇴한 브랜드를 일으키려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서 가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한때 인기를 누렸던 골프웨어가 아웃도어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인지 일명 ‘장수 브랜드’들은, 1등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에 면밀히 대처해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리포지셔닝으로 모습을 달리한 덕분에 오래오래 넘버원으로 남은 게 아닐까.

(주)세정 인디안

이 밖에 리포지셔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타깃을 확대한 사례도 많다.‘ 존슨앤존슨 베이비 화장품’은 애초 유아들만을 대상으로 포지셔닝했지만, 제품의 품질과 효능에 자신을 얻어 성인 여성층과 청소년으로까지 타깃을 확대했다. 영유아 제품의 특성상 인체에 무해한 천연재료로 만들었거나 화학물질을 최소화했을 거라는 생각에, 성인층에서도 인기를 끈 것이다. ‘ 암앤해머 베이킹소다’는 포화된 제빵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자, 냉장고 탈취제, 방취제, 치약 등의 다양한 용도로 시장을 확대해, 결국 무공해 생활용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유아를 위한 멍 제거 크림을 개발한 어느 제약회사는 아이들이 아닌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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