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시카와 식물원 방문기

by 잡초성



구글지도를 펼치니, 식물원 자체만으로도 전날 다녀온 우에노 공원의 3분의 1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걷다 보니, 주거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숲 속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매표소를 지나 왼쪽 길로 들어서니, 30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가지런히 다듬어진 정원과는 달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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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지났을지



역에서 걸어오느라 땀이 났지만, 숲 속 그늘과 바람이 시원하게 맞이해 주었다. 순간 ‘맞아, 나는 이런 존재만으로도 식물을 좋아하기 시작했었지’라는 마음과 함께, 잠시 잊고 있던 설렘이 되살아났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마치 숲 속 요정이 맞이하는 듯했고, 세월에 따라 변화한 나무의 모습 속에서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화단이나 꽃길이 없고, 시간과 환경에 따라 변화된 모습이 보이는 모습과 나무 아래에는 잡초와 야생 풀들이 자라 있었고, 일부는 쓰러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코이시카와 식물원은 ‘자연 그대로의 식물원’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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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사용 중인 연구소와 연결된 나무로 된 전봇대와 그 옆을 언제나 지키고 있는 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새로운 공간과 마주하였다.

식물원 안에는 도쿄대학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원래 이곳은 일본 최초의 약용식물원이었다고 한다. 18세기말, 네덜란드 의학을 공부하던 의사들이 서양 의학을 연구하며 일본 근대 의학 발전의 중심지가 되었던 곳. 그래서인지 식물원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길 옆에는 석비와 오래된 연못, 나무로 된 전봇대가 남아 있었고, 정원 한쪽에서는 에도 시대 기근 때 사람들을 살렸다는 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을 지탱했던 공간이었으며 도쿄 한복판에서 수백 년 전부터 이어진 식물 연구의 흔적을 직접 밟는 경험은 특별했다.

조금 더 걸으니 약초밭이 나왔고,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온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식물과 역사가 함께 쌓이며 이곳이 하나의 살아 있는 문화재가 되어 있음을 느꼈다. 식물이 단순히 생명체를 넘어 역사의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ps. 온실 근처에 동백나무가 가득한 공간은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서로 다른 높이의 나무들이 동백나무가 생장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동백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도 서로 도우면서 살고 있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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