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관하여(2):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대상

by 마음슥슥

* 공포와 불안은 강도(intensity)의 차이로 구분할 수 있으며, 불안이 극심해지면 공포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자.


엄마는 등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산에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산나물이나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요상한 이름을 가진 나무줄기나 뿌리를 가져와 가족을 먹이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에는 산행을 주저한다. 특히, 혼자서는 여름이나 가을에 산에 이상하리만치 가는 것을 꺼린다. 이 시기에는 산행 동료를 한둘 모집하고 나서야 비로소 등산을 준비하신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등산에 대한 계절 특정적 사랑(?)은 엄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실처럼 기다란 몸뚱이에 날름거리는 혀, 왠지 독을 잔뜩 품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존재 때문이다. 그렇다. 바로 뱀이 엄마의 산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산행을 하다가 우연찮게 뱀을 마주하는 날이면 몇 시간 동안 애써 채취한 산나물 꾸러미를 냅다 던져버리고 우사인 볼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멀리 도망간다. 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은 엄마의 반응을 보고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가 뛸 수 있도록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 뱀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뱀의 종류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색도 중요하지 않다. '뱀' 자체가 엄마에게는 (엄청난!) 공포 대상인 것이다.


girl-1562025_1920.jpg 뱀 그림은 독자들이 놀랄 수 있어 넣지 않았다. 엄마 이제 겨울이니까 등산 열심히 다녀요-!


사람들은 저마다 두려워하는 대상이 있다. 엄마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동물(예: 뱀, 거미 - 이 둘은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공포 반응을 나타내는 동물이다)을 두려워할 수도 있고, 높은 곳이나 물 같은 자연환경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혹은 주사, 피(blood) 또는 날카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앞서 설명한 대상을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두려움 수준이 너무 지나쳐 일상을 방해한다면 이는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로 볼 여지가 있다. 몸이 극심하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주사를 맞는 것이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차가 무서워서 상식적으로 시도할 수 없는 거리조차 걸어 다니기만 하는 사람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water-2208931_1920.jpg 사람들이 저마다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과거 경험과 관련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는 왜 그것을 무서워하는가?


한편, 동물이나 사물이 아닌 '사람'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필자는 사람이 불안의 대상인 경우를 더 우려한다. 동물이나 사물은 피할 수 있지만, 사람은 계속 마주해야 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동물이다.) 아래의 상황을 보자.


회사의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몇 달 정도 지났다. 어느 날 상사가 나를 불렀다. 마주한 상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업무처리가 도대체 왜 이렇게 미숙한가. 정말이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네.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네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네.' 가슴이 철렁했다. 너무 속상했다. 나름대로 노력했던 프로젝트였는데...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충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후에는 출근할 때마다 왠지 긴장되고 초조함이 느껴진다. 회사에 나가기 싫은 마음이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커졌다!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불안을 유발하는 사람은 나와 위계적(상하)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위계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우리의 불안과 밀접한 이유는 불안이 존재가치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있을 때 나타난다는 특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즉, 위계적 대상으로부터는 개인의 존재가치와 관련된 피드백을 종종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예시에서는 프로젝트 제외 명령이(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 직장상사(심하면 프로젝트와 관련된 동료까지)에 대한 긴장과 불안을 유발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은 자기 능력에 실망하게 만들고(자존감에 상처-윽!) 이후에 또 이것과 유사한 상황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장면을 되풀이해서 떠올리거나 업무능력으로 또 질책을 받지 않을지 끊임없이 걱정한다면 불안이 몸집은 더욱 거대해질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계적 대상으로는 앞서 예를 들었던 직장상사 혹은 동료를 포함해 부모, 선생이나 교수 등이 있다.


meeting-5395615_1920.jpg 상사나 동료의 평가가 두려운가? 직장에서 듣는 업무평가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 지들은 뭐 잘났다고.


다수의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뿅! 하고 한 번에 불안을 제거하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그런 방법은 없다고 내담자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만약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노벨상을 탔을 것이라는 말도 해준다.) 사람들은 정작 그 불안이 어떤 원인에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꼼꼼히 살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불안의 원인을 찾을 수 있어야 그 해결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담자와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꼼꼼히 파악하는데 시간을 들인다. 내담자의 불안을 유발하는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내겐 과도한 불안의 원인에 접근하는 하나의 단추인 것이다.




이제 고민해볼 차례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내게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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