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관하여(1): 불안은 없애지 못한다

by 마음슥슥
문이 열린다. 어라? 정말 큰(족히 3~4미터는 돼 보인다) 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사자가 나타날 리 없다는 황당함도 잠시, 사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자세가 나를 사냥감으로 보고 곧 돌진해 올 듯하다. 내 짧은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요동치고, 심장은 터질 듯 쿵쾅 인다.
lion-588144_1280.jpg?type=w1 어흥-!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 있는가? 자전거나 차를 몰고 가다가 다른 무언가와 충돌할뻔한 아찔한 상황, 바다나 계곡 물속에서 한참 놀다가 갑자기 땅에 발이 닿지 않아 간담이 서늘해질 때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앞선 상황들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정서는 공포(fear)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공포라는 정서는 우리 뇌 체계에 위협 신호를 일으켜 최악의 상황(죽음)을 면할 수 있도록 돕는 적응적인 정서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공포감은 도로에서 마주오는 차를 피하거나 급브레이크를 잡는데 도움을 주고, 깊은 물에 빠졌을 때는 가까운 곳에 잡을 것이 없는지 재빠르게 살피는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만약 우리가 공포를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곧 나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 거리는 사자를 만나도, 달려오는 차와 정면충돌할 상황이라도 혹은 깊은 물속에 빠졌을 때에도 기민하게 반응하거나 생존을 위한 행동을 취하지 못해 쉽게 죽음에 이를 것이다. 즉, 공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정서이다.


글의 제목은 불안인데, 왜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공포에 대해 이해하면 불안을 이해하기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비유하자면 공포의 형제쯤(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헤이 브라더')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주한 상황이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의 존재 가치에 상처가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때 불안(anxiety)을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불안의 형태로 나타나며, 다가올 무언가를 내가 예측할 수 없을 때 혹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보일 때 개인은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의 예를 보자.


드디어 오늘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 지금 막 내 앞에 있던 사람이 면접장에 들어갔다. 쟁쟁한 사람들을 제치고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면접을 완벽하게 보고 말 것이다! 그런데 다짐과는 별개로 너무 초초하다. 손이 떨리는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발도 가만 두지 못하고 까딱까딱 떨고 있다. 불현듯 '면접관 앞에서 이런(아마추어 풋내기 같은)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갑자기 목이 탄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fear-4208702_1280.jpg?type=w1 면접이나 발표는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다


위 경우에는 면접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불안을 일으켰다(Tip: 공포 반응과 불안 반응은 생리적/인지적으로 꽤나 유사하다). 면접의 성공은 곧 취업으로 이어지는데, 취업은 성인기 주요 과업으로 자기 가치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상황에서는 취업에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협이 불안을 유발한 것이다.


공포와 같은 맥락에서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생존에 필수적인 정서로 본다. 하나의 예로 불안은 개인은 성장(growth)을 이끈다. 불안감을 느끼기에 어떤 일을 앞두고 미리 계획을 세우거나 예행연습(rehearsal)을 하는 등 개인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불안을 느끼지 못한다면 개인 간 경쟁이나 성취 수준에서 불안을 느끼는 개인보다 뒤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거나 완전히 없애고 싶어 하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난다. 호소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이들 마음속의 불안은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몸집이 커져있다. 즉, 불안이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정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막는 수준으로 그 세력이 커진 것이 문제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불안은 없애지 못한다. 불안은 생존 혹은 성장(자아실현)을 위해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내재된 정서이다. 그것을 없앤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인간이길 거부한다는 의미와 같다.




높은 수준의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살피고 알아봐야 할 내용이 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혹은 대상에게) 불안을 느끼는가? 불안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가?


air-4070641_1280.jpg?type=w1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듯 내 안의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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