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눈물짓게 하진 않는
후배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 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 그간 따라잡지 못했던 시간들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내에 결혼식이 곧 시작됨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조명이 하나 둘 꺼져가며 주인공을 맞을 준비를 한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계속 서로의 삶을 탐색하거나, 조용히 주인공이 들어올 식장 입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신랑과 신부의 입장이 이루어지고, 이들이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할 차례였다. 고개를 깊이 숙이는 신랑의 모습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더 이상 눈물이 안 나는구나. 매번 이 시점에서는 눈물이 흘렀는데… ’
과거 누군가의 결혼식들에서 한참 웃고 떠들다가도 양가 부모님에게 곧 부부 될 사람들이 인사하는 순서가 되면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리던 나였다. 그 눈물의 이유와 눈물에 대한 감정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더듬어보자면,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가 만나 무언가 교류된다는 알 수 없는 느낌, 자녀의 성장과 결혼을 바라보는 부모에게 이입되어 느끼는 감동, 그리고 자식을 떠나보내는 데서 오는 서운함 등이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결혼을 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 걸까?’
눈물 흘리지 않는 날 신기해하며, 연신 오늘을 맺는 커플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연히 바라본 옆지기의 얼굴에는 웃음이 스며 있었다.
‘어라? 신기하다?’
그도 매번 나와 같은 타이밍에 이유도 없이 울던 사람이었다(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우는 이유가 뭐냐고. 그것도 왜 나랑 같은 타이밍에 우냐고. 그런데 그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우리 부부는 결혼 전엔 누군가의 결혼식을 보고 이유도 모르고 울었지만, 결혼 후엔 누군가의 결혼식을 보더라도 울지 않게 된 것이다.
내가 본 옆지기의 웃음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왠지 울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이제 다른 결혼식에 참석하더라도 더 이상 울지 않을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든다.
내 결혼식에서 실컷 울어서 이젠 눈물이 말랐을까? 아니면 내가 모를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