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슥슥 May 19. 2024

행복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오랜만의 옆지기와 여행이었다. 다른 신경거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바라보고 여행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여행을 추구하진 않았다. 여행 중에 종종 바라보긴 했지만 외부에서 오는 자극을 쫒는데 급급했다.


‘해외여행을 간다’

-> 맛집을 찾는다. 쇼핑거리를 찾는다. 유명한 관광명소를 찾는다(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소인지도 중요하지만, 남들이 가는 곳은 가야 했다). 최대한 많은 활동 함으로써 시간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의지와 생각들이 여행에 대한 내용이었다. 마치 도장 깨기처럼 목록을 만들어두고 이것을 이룬다는 것을 의미 있게 여겼다. 이런 것이 내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은 달랐다. 옆지기가 임신한 탓도 있었고, 목록을 만들어두기도 왠지 귀찮았다. 그래서 여유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 내 첫 번째 다짐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3일은 시골 산속에 숙소를 잡아 놓은 터였다. 이는 곧 속세(?)와의 단절을 의미했다. 무료할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넣어 ‘쉬자’는 컨셉에 맞춘 것이다.


여행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여행은 옆지기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옆지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부모 된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라 쓰고 걱정들)

2)우리 가족의 미래

3)나와 너의 개인적인 미래

4)현재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옆지기의 생각 등이 여행의 시간을 채웠다.


격렬하진 않지만, 서로의 진솔한 생각을 깊이 있게 나누었다. 여행지의 모습은 우리 둘을 둘러싼 배경이 되어 자칫 이어질 수 있는 깊은 걱정을 막아주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쉼도 얻은 시간이었다. 행복함을 쉽게 얻는 내 성격도 있지만, 그런 성격을 편안히 받아주는 옆지기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전 23화 누군가의 결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