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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post Oct 31. 2024

술 짓는 사람들

술만드는 one-day

기대반 실망반을 예상하며 조리실에 들어섰다.

나이 지긋하신  정 선생님께서 조수 선생님과 함께 ~

<통주 만들기 수업>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신다.


대부분의 수강생이 여성 분들이다.

요즈음 술이 여성분들의 기호품으로 자리메김을 한 듯 하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선생님의 소개 말씀.

우와 소리 쨍~하니,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맑은 목소리를 가지셨다.

천상 선생이시다.


대학에서 음식관련 강의를

40여년을 하시고 정년을 하신 분이시다.

경상도 사투리가 쨍~하니 마음 깊이 싸~악 들어온다.


내가 태생이 대구라서 그런가?

아님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강의에는 참 어울리는 강세를 가지신 분이시라 정감이 간다.


사정없이 모든 것을 알려 주시려는 듯

휘몰이 법의 강의 스타일을 보여주신다.


역시 베테랑.

오늘 전통주 중에 단양주를 만들어 보았다.

단양주라 해서 충북 단양에서 만드는 전통주 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가

나의 무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단양은 한번 빚는 술
이양은 두번
삼양은 세번 빚는 술

을 뜻하는 말이다.


이론부터 실습까지 알멩이만을  끄집어 내어

그 잛은 시간에 20여명을 한꺼번에 낚아버리는

정 교수님의 강의력은 정말 대단하다.


자 이제 오늘 만든 단양주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이제 술익는 내음이 온 집안에 돌것이고

나와 우리 가족은 술 익는 마을 처럼

맛나고 향긋한 술이 완성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오늘 강의 중 알려주신 <조강지처>의 <강>이

<술 지게미 강>이라는 말씀이다.

나의  또 하나의 무관심과 무지를 일깨우는 방망이가 되어

나를 두들기는

즐거움이다.


어찌 좋은 술과 좋은 지게미를 함께 나누며

세월을 보낸 <조강지처>인 <내 아내>를 함부로 하겠는가?


술이 익어간다.

세월이 익어간다.


술과 세월과 함께

우리의 정이 향그롭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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