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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축구

나는 모르쇠

by 정현

침대축구라는 말이 갑자기 자주 나온다. 요즈음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하는 몹쓸 행태를 보고 비유하는 말이다. <옹졸하고 치사스럽다>라는 말이 내가 침대 축구를 보는 관전 평이다.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질 줄도 모르고, 책임질 용기도 없다. 그저 회피하면서 시간 끌면 혹시 나아질까? 하는 기대감과 승리에 대한 집착만이 있을 뿐이다.


정직한 과정이 없는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가 결과만 보고 달리는 인생에 무슨 맛이 있을까? 그네들의 입맛은 특이해서, 이런 무미건조한 맛에서도 특별한 맛을 느끼는 것일까? 그들이 외계인 인가?


그들은 <나는 모르쇠>를 일관하고 있다. 내가 저질러 놓은 것에 대한 책임도 모르쇠, 죗값도 모르쇠, 과정도 모르쇠, 도덕성도 모르쇠,


도대체 그대는 아는 게 뭐니?


모르쇠로 일관하려면 말이나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할 말은 또 다하려 한다. 제 잘못은 <모르쇠>이면서, 다른 이의 잘못은 <다 알쇠>이다. 남의 허물은 <모든 것은 다 범죄>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미리미리 죄명을 정의해 놓고, 서로 간에 쌍방 총질이다.


어릴 적 서부극을 아주 좋아했었다. 결투장면이 많이 나오는 서부극은 <정의의 편>이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서로 총질하는 결투에선 거의 <정의의 편>이 승리를 쟁취해서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서부극에서나 통할 얘기다. 지금은 <정의의 편>은 보이질 않는다.


요즈음의 전쟁에서 쌍방이 총질을 해댄다면, 아마도 <둘 다 살거나>, <홀로 살아나거나>, 혹은 <둘 다 죽거나> 일 것이다.


둘 다 살아날 경우는, 쌍방의 방패가 워낙 훌륭해서 정작 본인들은 부상도 입지 않고 <주변만 초토화>가 되는 경우가 된다. 이 경우 양쪽 진영이 모두 파괴되어 그 어느 쪽의 승리라 할 수 없는 경우다. 그야말로 양패구상이다. 최악이다.


홀로 살아난 경우는, 한쪽 우위의 전력에 한쪽이 파괴되는 형태이다. 한쪽의 승리라 말할 수 있지만, <적수가 없는 정치는 산 정치가 아닌 죽은 정치>가 된다. 살아남은 쪽 역시,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둘 다 죽어나갈 경우는, 서로의 너무도 강력한 총질에 두 진영이 모두 다 사라지는 경우이다. 차라리 이 경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누구의 말대로

싹~ 갈아치우면 우리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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