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던 날들이 지나갔다. 주말에도 10시까지 일해야 했다. 일은 항상 나를 앞서갔다. 나는 일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도축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는 뼛속까지 가축이었고, 자기도축은 내 능력 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죽지 못했고, 결국 지나갔다. 다시 책이 조금씩 읽히기 시작했다. 넘어지면 정수리가 닿을 만한 곳에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죽음은 멀어졌다. 하지만 난 언제든 선택할 수 있다.
죽고 싶다. 미칠 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목이 잘리는 상상을 한다. 창문에서 떨어지는 상상도 한다. 삶은 유한성을 감각하는 일이다. 욕망은 죽음에의 공포다. 시간은 생산을 위한 노동에 바쳐진다. 사유는 언어에 의해 규정된다.
위안은 언젠가 죽음이 찾아온다는 데 있다. 어쩌면 삶은 목적이 아니라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져지는 것도 바로 그 조건뿐일지도, 수평선과 하늘의 끝없이 멀어지는 깊이일지도 모른다.
말과 사물을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