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수투성이
새로 온 사서 전일제강사 급여를 잘못 줬다. 그녀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급여를 지급받자마자 찾아와서 따졌다. “급여 계산을 잘못 하셨어요.” 잔뜩 흥분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투우 같았다. 그녀의 보호장구는 안경과 마스크였다. 얼굴을 반쯤 이상 가리고 있었음에도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에겐 확인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더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내가 실수한 건 맞았다. 잘못했다. 그러나 실수를 알아챌 시간은 줘야 하지 않았을까? 뭘 얼만큼 잘못 줬는지 파악할 시간은 주는 게 맞지 않은가? 그녀는 날 꾸짖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내가 대역죄인이 된 것마냥 얼타고 있을 때, 실장이 나서주었다. “지금 서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고, 잘못되었으면 고쳐서 말씀드릴게요.”
내가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너무 당황했기에 더 입밖으로는 못 내뱉고 있었던 문장이었다. 아아, 이 문장이 내게는 예수의 오병이어만큼이나 간절했었다. 신의 은총으로까지 느껴졌다. 일단 사서를 돌려보내자 문제가 해결됐다. 바로 계산을 다시했다. 실장님과 차석주무관님이 도와주셨다. 실장님이 다른 학교 급여 담당 주무관님께 도움을 요청해주셨다. 차석주무관님이 계산을 봐주었다. 인류가 처음 덧셈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모든 게 명료하게 맞아떨어졌다. 일급제 강사를 시간급으로 계산해서 잘못 지급했던 것이었다. 결국 온 학교를 들썩이고서야 당일 급여를 고쳐줄 수 있었다.
돈이 목적이고 인간은 수단이기에, 돈이 잘못되면 인간은 전력을 다해 돈을 위해 싸운다. 오늘 나를 찾아온 사서가 그랬다. 나는 계산기여서는 부족했고, 고장났을 때 분을 풀 수 있는 샌드백의 역할까지 장착하여야 했다. 오늘은 좀 맞아내기가 힘든 날이었다. 속을 감싸고 있는 천이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집에 와서 샤워기를 틀어 놓고 주저앉아 울었다.
애인이 삼각형을 좋아하는데(삼각형이 가장 기본적인 도형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울면서 피라미드를 생각했다. 네 개의 삼각형으로 둘러싸인 무덤. 몇천년 전에 죽은 작자를 그토록 꽁꽁 싸매 놨음에도 아직까지 살아나지 못했다. 그를 방부처리하고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기 위해 희생되었던 몇만의 인구들의 노력은 헛되었다. 그게 위안이 된다. 조금만 버티먼 나도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리라. 별 지랄을 다 해도 영원히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