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면 일하러 가기가 싫다. 엘리베이터가 지옥으로 쳐박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는 날 세상 밖으로 토해낸다. 미처 날 죽이지 못한 중력과 생의 박탈감까지. 아이들을 보면 일러주고 싶다. 너희는 희생당하기 위해 배우고 있노라고.
수많은 세뇌를 받으며 자랐다. 아무도 내가 세뇌당하고 있다고 깨우쳐주지 않았고, 아무도 내가 삶을 빼앗기고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세뇌시켰고, 모두가 나를 부추기기만 했다. 더 열렬히 삶을 박탈당하라고. 너의 모든 걸 내놓으라고. 너의 삶은 너의 것이 아니니, 너는 죽음을 사기 위해 태어났노라고.
이미 죽은 사람들만이 요람이 무덤으로 변제된다는 사실을 귀띔해줬다.
퇴근하면 하루의 집중력을 모두 썼는지,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나는 남은 모든 집중력을 끌어다 쓴다. 독서는 구도이고 집중은 기적이 된다. 나는 별 소득도 없이 완전히 소진된다. 그렇게 자리에 눕는다. 기상 알람이 울린다. 숫자와 문서들과 씨름하고 나면 지하철에 탄다. 다시 그대로 땅속에 묻히고 싶다.
네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고개 숙이고 새해 첫 장례행렬을 따라가는 여인들의
경건하게 흰 목덜미에 내리는
눈의 흰 입술들처럼
그때 우리는 살아 있었다.
훔쳐가는 노래, 진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