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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Jan 11. 2020

굳이 애쓰며 살 필요 있을까?

키즈까페에서 얻은 교훈

방학 중인 아이와 키즈카페에 갔다. 둘째 앞에서는 우리의 계획을 말할 수가 없다. 안 그러면 이 녀석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첫째와 하루를 계획한다. '너와 나만이 공유하는 비밀' 덕분에 요즘  큰아이와 부쩍 사이가 좋아졌다.


동네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키즈카페는 내가 늘 보아오던 그곳과는 많이 달랐다. 레포츠형 키즈카페라 해야 하나? 가장 눈에 띄는 건 킥보드와 세그웨이라고 불리는 전동 휠을 신고 달리는 도로였다.

전동 휠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너도 한번 타보겠냐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나라면 잘 탈 수 있을까?' 막상 아이에게 타보라 했지만 나도 자신이 없었다.

뒤집어진 삼각형 모양의 전동 휠은 균형을 잘 잡아야 똑바로 설 수 있다. 게다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힘의 방향과 강도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 감각 제로& 몸치인 나는 균형을 잡고 내 몸을 적절히 사용한다는 것이 늘 서툰 사람이다. 이런 내가 전동 휠을 신고 걷는다는 것은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기구임이 분명했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시뮬레이션까지 다 마쳤다. 두려움은 더 커졌다. '난 저걸 잘 타지 못 할 거야.'





내 안의 두려움을 깨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곤 한다.

'엄마는 못하지만 너는 할 수 있어.'

넌 엄마와 다르니까...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을

내가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것들을

아이에게 들이민다.


'엄마 대신 너가 해내라고...

넌 다르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어쩌면 나는 아이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몸치지만 너는 엄마와 다르다는 것을, 너는 네몸 사용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집요하게 아이를 설득했다.

 "한 번 해보자. 너 인라인도 배웠잖아, 인라인 탈 수 있으면 전동 휠도 잘 탈 수 있을 거야."

엄마의 설득에도 내키지 않은 표정이 가득한 아이를  선생님께 데리고 갔다. 발에 맞는 실내화를 찾아 신기고 헬멧을 머리에 씌웠다. 마지못해 전동휠 위에 올라섰지만 이미 아이의 태도는 아주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전동 휠 위에 올라 선 딸의 표정은 비장했다. 다리가 자꾸만 벌어지고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선생님 손을 잡고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몰입' 그 자체였다. 아이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를 든든함과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정해진 도로를 한 바퀴 거북이걸음으로 돌고 나니 아까보다 자세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어느새 선생님 손을 놓고도 아이는 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거봐, 해보면 되잖아.

해봐야 되는지 안되는지 아는 거잖아.'

아이에게 두려움을 이겨내면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나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내심 흐뭇했다.


그런데 아이가 헬맷을 벗는 나는 더이상 흐뭇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머리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 땀이 머리를 타고 이마와 얼굴에 떨어진다. 손대지 않아도 뚝뚝 떨어지는 땀을 보니, 아이가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졌다. 마음이 짠했다.


" 우리 딸 정말 애썼구나.

엄마는 네가 자연스럽게 잘타길래, 이렇게까지 노력하고 애쓰는 줄 몰랐어. 우리 딸 정말 멋지다. 이렇게 힘든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다니 정말 멋져!"

진심으로 아이를 칭찬해 주었다.


"엄마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내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엄마는 모르지?"

뭐든 잘하고 싶어 하는 우리 딸, 너의 진지한 표정은 잘하고 싶은 너의 마음이었구나. 억지로 태운 엄마가 원망스러웠겠다.


엄마는 그저 너에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을 뿐인데....





땀범벅이 된 아이를 보며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본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인생은 잘 굴러간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졌다.

자신 없는 일에는 남들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애쓰고 노력해봐야 '남들 하는 만큼' 하게 될 뿐이다. 반면 아이가 좋아하고 즐겨하는 일이라면 애쓰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잘 하지 못하고 자신 없어 하는 일을 강요하기 보다

아이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에 마음껏 응원을 보내고 지지해주는 주는 엄마가 되자고 결심해본다.


그리고 이 날 밤,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다시 한번 요미를 칭찬해 주었다.

"오늘 너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서 엄마는 너가 참 자랑스러웠어. 하지만 다음부터 너무 힘들면 엄마에게 꼭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알았지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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