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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Apr 04. 2020

엄마 나이 먹지 마, 밥도 먹지 마

엄마는 나이 들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우리 아들이 응가하는 시간이다.


5살 우리 아들

아들이 응가하는 시간

너를 변기에 앉히고

나는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다.


가까이 가까이

너의 조그마한 엉덩이가 빠지지 않게

두 손을 마주 잡고

얼굴과 얼굴이 닿을 듯이

그렇게 가까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아이의 응가 냄새도

마주 잡은 두 손의 체온도

모두가 다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아이가 나를 찾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더 소중하다.


무엇보다 너와 나

이 시간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어제 아들은

변기에 앉아서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이렇게 묻는다.






엄마
 얼굴에 왜 이렇게 선이 생겼어?
요기, 그리고 요기




입과 양볼 사이 골진 부분을 가리키며 아들이 내게 묻는다.


"이거 주름이지."


"엄마 이마에도 주름이 있나?"

이번에는 아들이 내 이마를 가리키며 묻는다.


"어때? 주름 있어?"

"아니~ 이마에는 없어.



엄마
 주름은 왜 생기는 거야?





"나이 들면 생기지."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어떨 거 같아?




내 질문에 아들은 이내 슬픈 표정이 되었다.




슬플 거 같아.
 엄마 나이 먹지 마. 할머니 되지 마.




"너 어른이 되고 싶다며,

찬이가 어른이 되면 엄마는 할머니가 되는 거야."




그래도 엄마는 나이 먹지 마. 밥도 먹지 마.
 엄마가 할머니 되면 내가 다시 되돌려 놓을 거야.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너에게

밥을 먹어야 키도 크고

형아도 되는 거라고

알려줬는데


울 아들

그걸 기억하는구나.









순간 마음이 짠했다.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 엄마가 묻는 이 질문이

낯설고 두렵고 싫었다.

"혜은아 만약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어떨 거 같아."


"싫어, 엄마. 늙지 마. 엄마는 지금처럼 이렇게 있어."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질문이

나이 듦에 대한 것인 줄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커 버릴 줄은


5살, 6살, 7살

그냥 그렇게

생일 케이크의 촛불이 늘어나는 건 줄만 알았다.


나는 자라고 엄마는 늙고 있는 거란 걸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붙잡고 있으면

엄마는 늙지 않는 줄만 알았다.


그때

그 시절

79년생 작은 꼬마는

마흔이 넘었다.


내 손을 잡아주던 엄마는

지금 이 곳에 안 계시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젊고 예뻤던

그때 엄마의 얼굴이

또렷이 떠오른다.

마음속 엄마는 늙지 않는다.








찬아!

엄마는 여전히 네 엄마야.

나이 먹고 늙어도

할머니 되어도

언제가 너의 기억에

지금의 젊은 엄마의 모습이

남아 있을 거야.


너는 어른이 되고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도

네 기억 속에는

지금 엄마 모습은 그대로 일거야.


네 기억 속에

젊고 예쁜 엄마 모습과

즐거운 추억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리 오늘을 그렇게 살자.


사랑해 우리 아들...


아이는 자라고

나는 늙어간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이제 누나의 꽃내복은 사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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