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론산바몬드 Mar 12. 2023

모든 순간이 너였다

하태완 작가의 글을 읽고

태곳적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황량한 풍경을 마주하며 탐험가 남영호는 이렇게 말했다. 대도시에서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그건 내가 없기 때문이다. 얼핏 외로워 보일 수 있겠지만 대자연 속에서는 오롯이 나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실 외롭지 않다.

    

작가 하태완은 이 책에서 독자를 끝도 보이지 않는 저 높은 봉우리로 데려간다. 그리고 묻는다. 너는 진정 너였냐고. 너를 힘들게 때론 아프게 했던 그 모든 사연들은 어쩌면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그의 느닷없는 물음에 그저 고개 주억거리며 독자는 제자리로 돌아갈 용기를 얻는다.   

  

책을 펼치며 설핏 시집을 닮은 구성에 다시 표지를 살펴본다. 분명 에세이다. 한 바닥의 글자 수와 비싼 가격을 가름해 보았다. 솟구치는 의구심을 잠시 물리고 책장을 넘겨본다. 몇 장을 채 읽지 않고서도 잠깐의 의심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든다. 짧은 글귀 속에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깊은 사유의 바다를 숨겼을까.   

  

우리는 모두 삶과 관계의 날카로운 발톱에 찢겨 상처투성이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물기도 전에 다시 상처를 입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지는 않는지. 사이버 세상으로 도피하여 스스로 구축한 아바타의 그림자로 사는데 만족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러다 현타가 오면 또 두려움과 좌절의 늪으로 침잠하고 있지는 않는지.     


작가는 현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나의 손을 잡아 이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등을 토닥인다. 문득문득 너무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냐 되물으면서도 그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칠 명분을 잃고 만다.  

   

홀로 있을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사회생활을 할 때도 이는 모두 관계의 범주다. 관계 속에는 희열과 갈등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다. 살아가며 마음의 생채기를 가진 모든 이에게 감히 이 책을 권한다. 그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자식을 탓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따스한 위로의 손길이 나를 향해 뻗어 있다.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상으로 도서를 받아 쓴 리뷰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