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작가의 책을 읽고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음악 에세이를 표방하는 이 책이 고문이 될 줄 알았다. 목차에 나온 음악도 아는 것은 손꼽을 정도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고 할까. 유튜브에서 해당 음악을 BGM으로 틀어 놓고 글을 읽었다.
길어야 5분이 채 되지 않는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의외로 해당 전문이 술술 읽힌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을 잃었을 때 모든 음악이 나를 위한 것처럼 들리는 건 인지상정이라지만, 이경 작가에게 각 음악들은 깔맞춤으로 그의 인생사를 녹여낸다.
이 책은 작가의 다섯 번째 저작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듯 작가를 꿈꾸며 쓴 첫 글이 이 책이라니, 이 책은 그의 처녀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첫 책을 쓸 때 자기 이야기를 쓰게 마련이듯, 이 책에는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책에선 그의 청춘이 곧 음악이요, 음악이 곧 그의 삶이다. 당대의 음률과 청춘을 교묘하게 엮어낸 작가의 치열한 감성과 필력이 질투를 유발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경 작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하지만 정말 넘기 힘든 산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 오래전 젊은 날의 모습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나는 어떤 음악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보지만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이경 작가의 그 어떤 책보다 담백하지만 또 강렬하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겠다는 이경 작가는 이 책의 아우라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는 이 책으로 자신을 높은 담장 안에 가두었는지도 모른다. 외모가 부족해서 필력으로만 승부한다는 그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상으로 도서를 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