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바보는 그 후 어떻게 되었나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잠시 이것저것 끄적이고 있는데 화장실에 갈 타이밍이라는 신호가 왔다. 이것은 분명 설사라는 촉이 왔다. 학생들이 남기고 간 흰 우유를 세 통 마신 탓이었다. 남교사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가 늘 들어가는 안쪽 칸에 쪼그리고 앉았다. 힘을 줄 필요도 없이 액체가 활화산처럼 분출하기 시작했다.
설사는 좀체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쏟아붓고 나니 시원하긴 한데 하체에 힘이 빠졌다. 마무리를 하려는 차에 보니 화장지가 한 번 닦을 분량밖에 없었다. 설사는 최소 세 번 이상 닦아줘야 하는데 난감했다. 이대로 앉아 말려야 하나 잠시 고심하다 옆칸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때 덜그럭 수레 끄는 소리와 함께 청소원이 들어왔다. 우리가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50대 후반의 환경미화원이었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세제물을 와르르 쏟아부었다. 칸막이 아래로 거품 가득한 물이 홍수처럼 밀려왔고, 양말이 살짝 젖었다.
여사님은 평소에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청소를 하곤 했다. 그녀가 들어오면 시원하게 나오던 오줌도 찔끔거렸다. 끊지도 못하고 계속 싸지도 못하고, 뒤에서는 청소를 시작하는데 물건만 잡고 속 끓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첫 칸부터 솔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마르지 않은 엉덩이는 애처로이 울고 있고, 다리에는 쥐가 나기 시작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별 수 없이 한쪽 양말을 벗어 닦았다. 몇 번 신지도 않은 흰 양말은 누런 액체를 잘 흡수해 주었다. 역시 양말은 좋은 걸 신어야 한다.
솔질하는 소리와 휴지통을 쓰레기봉투에 넣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더럽네, 정말. 선생들이 말이야..." 하며 혼자 혀를 차는 소리도 들렸다. 그 말을 들으니 차마 양말을 휴지통에 버릴 수는 없었다. 오물이 묻은 양말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쥐고 화급히 화장실을 벗어났다. 더러웠다.
교무실은 여전히 한산했고, 교감 선생님도 보이지 않았다. 마주치면 늘 잔소리를 쏟아내던 교감, 그의 휴지통에 양말을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