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팁 6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예약판매가 이루어지던 구론산바몬드의 신간 에세이 <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는 이번주에 실물책으로 나옵니다. 출간하면 매우 기분 좋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요 이상하게 안 그렇더라고요. 세상에 내 속마음을 까발린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랄까, 그간의 노력이 끝에 다다랐다는 공허감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출간을 간절히 바라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쌉소리하고 있네!)
오늘은 출간을 위해 글 쓰는 이의 자세랄까 마음가짐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먼저 자신의 글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은 접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완성된 원고를 투고하면서 만약 출간을 하게 된다면 거의 수정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자기 글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했습니다. 근데 제목부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제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내용도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글의 상당수가 분량 조절을 위해 탈락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끼는 글이 삭제되고 상대적으로 덜 아끼는 글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글쓴이와 편집자는 다른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또 내용의 많은 부분이 완곡한 표현으로 변모했습니다. 아무래도 공직에 있다 보니 직업군에 대한 지나친 비약을 배제하고, 글쓴이의 사회적 위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원고의 많은 부분이 검열에 걸렸습니다.
겪어보면 아시겠지만 글쓴이는 부호 하나라도 교정되면 마상을 입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편집자는 더 많은 이 분야의 경력자이므로 편집자의 전문적 감각을 믿고 따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론산바몬드도 많이 속상했지만 교정된 원고를 재검토하다 보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은 갖되 지나친 애정은 더 나은 원고로의 변모 가능성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입니다. 최종 원고를 읽고 나면 그동안의 마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집니다.
구론산바몬드는 출판사의 허락을 구해 그간 발간한 브런치스토리의 글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출간을 하기까지 구독자분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러분의 라이킷과 댓글들은 제가 쓴 글보다 더 소중한 역사이고 흔적이기에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은 굳이 제 책을 구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용은 거의 흡사하니까요. 그저 아끼는 주변 분들에게 입소문을 내주시고 책선물을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