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가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변희수 전 하사는 여군으로 편입돼 군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했지만, 군은 트랜스 젠더를 ‘심신장애’로 판정해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고 이후 행정 소송 등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었다. 제주의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였던 김기홍(38) 제주 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숨진 지 흘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사람들의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이 소식은 몇몇 주류 언론이나 보수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단순히 변 하사의 사망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췄을 뿐 무엇이 트랜스젠더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그들이 겪은 차별과 혐오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제정되지 못하고 표류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설명도 보기 어려웠다. 잇따른 성소수자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종교계 및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알려야 하는 언론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
국가 인권 위원회는 지난달 9일 ‘트랜스젠더 혐오 차별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국내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1%는 인터넷, 87.3%는 언론, 76.1%는 영상매체에서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을 접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사람들은 트랜스젠더를 미디어로 접하기 때문에 미디어는 사람들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가 편견과 혐오를 강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성소수자 혐오 창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은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에 기사는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조감도적 위치에서 여론을 견인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자극적인 일화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했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반대 의견을 대다수의 의견인 양 전달하여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기사와 더불어 거기에 달린 댓글들은 원색적인 비난과 혐오 표현을 부추겼고 또 다른 혐오를 재생산했다. 이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었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히 기사를 작성하는 실무자들에게 보도 윤리를 지키고 책무의식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걸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극적인 화제성 위주의 보도를 부추기는 언론사 내 구조가 존재한다. 광고비를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를 제목에 삽입하고, 보도 경쟁으로 빠르게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끼거나 보도자료 등을 별다른 확인 및 검증 없이 기사를 낸다. 견제와 감시 그리고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이 자정 능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순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질적인 언론의 이런 관행을 고치기 위해선 언론사의 구조를 상쇄할만한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을 허용한 사례들이 많다. 네덜란드는 1974년부터, 영국은 1999년부터 허용했으며 이밖에 독일, 프랑스 등도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례들을 개인이 알기엔 쉽지 않으며 대부분은 노력해서 알려하지 않는다. 다양한 사례들을 검토하여 참상을 알려주는 것은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나’로서 살아가는 일이 누구나 격려받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이 인권보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 개혁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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