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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취 Feb 27. 2021

왜 어린이에게 모험이 필요한가

영화<콩나물>

“나 애기 아니거든?”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우리 애기’라고 부르면 아이는 뾰루퉁 해져서 성을 낸다. 그리고 태권도 학원에서 배운 동작을 어설프지만 나름 절도있게 기합까지 넣어가며 보여준다. 점점 자기가 원하는 것을 뚜렷이 표현하고 직접 선택하려는 모습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콩나물’은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인 7살 보리(김수안)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보리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위해 모인 엄마와 숙모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는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콩나물을 빠뜨렸다는 말을 고 보리는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선다. 그렇게 모험을 스스로 시작한다.      



 엄마가 되어 보는 아이의 모험은 조마조마했다. 골목을 막고 있는 개를 보면 지나가다가 물리진 않을까 걱정되고 모르는 남자 어른이 나오면 감언이설에 넘어가 따라나서지 않을까 불안했다. 여정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믿을만한 사람인지 먼저 재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부모와 함께 있으면 아이의 모험이 시작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모들의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에 도통 아이가 경험하며 스스로 판단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만한 상황을 겪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해 힘들었던 경험을 자식에겐 겪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삶에는 항상 즐거운 일만 존재할 수 없다. 한때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람을 더욱 성장하게 하기도 하며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삶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루 동안의 짧은 보리의 모험 속에 원래 목적인 콩나물과는 관련이 없는,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일화들이 있다. 의도하지 않은 이런 경험들은 콩나물을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모두 소중하다. 그래야 보리의 까진 무릎에 약을 발라주는 할머니의 사랑도 훅 들어올 수 있고 할아버지의 해바라기를 만날 수도 있다.      



 나와 같이 불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본 사람이 많았다면, 무엇이 7살 꼬마 아이의 모험을 보는 것을 불편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권리를 보장하는가? 마음 놓고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믿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어른들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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