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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Dec 18. 2023

[Tate McRae]지금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가수

Tate McRae 공식 인스타그램

데뷔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드 제너럴 필드를 싹쓸이한 빌리 아일리시, ‘drivers license’ 한 곡으로 디즈니 하이틴 스타에서 순식간에 팝 아이콘이 된 올리비아 로드리고, 2020년대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STAY’를 남긴 더 키드 라로이.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2000년대생 팝스타라는 점이다. 최근 그 명맥을 이어갈 만한 밀레니엄 팝스타가 또 한 명 등장했으니, 그 이름은 바로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다.


지난 9월 발매한 싱글 ‘greedy’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 빌보드와 영국 싱글 차트의 최상위권을 점하며 지금 현시점에도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이름이 아직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혜성처럼 등장한 어린 팝스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그에게 찾아온 명성과 인기가 결코 한순간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Tate McRae 공식 페이스북
노래도 춤도 잘하던 만능 소녀, 댄서에서 가수가 되다

캐나다 출신의 2003년생 뮤지션 테이트 맥레이는 어린 시절,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여덟 살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해 열 살 때 발레단에 입단했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일찍부터 무용수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댄서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며 무용 관련 영상을 올리던 개인 유튜브 채널에 자작곡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는데, ‘One Day’가 4천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니멀한 피아노 발라드곡에 불과했지만, 그의 독특한 음색과 나이에 맞지 않는 농도 짙은 감성에는 귓가를 단숨에 사로잡을 만한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RCA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그는 2020년, 첫 EP [all the things i never said]을 발매하며 댄서가 아닌 가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Tate McRae 공식 페이스북
SNS가 바꿔준 열일곱 소녀의 인생

테이트 맥레이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20년 4월 발매한 ‘you broke me first’라는 곡이다. 매혹적이고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인 얼터너티브 알앤비 곡으로, 2021년 발매된 그의 두 번째 EP [TOO YOUNG TO BE SAD]의 시작을 알린 싱글이다.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에서는 빌리 아일리시의 새드 걸 팝 스타일이 느껴졌고, 성숙한 감성이 묻어난 보컬에서는 카밀라 카베요의 음색이 떠올랐다.


‘you broke me first’가 돌풍을 일으킨 곳은 틱톡을 비롯한 숏폼 SNS였다. 상처를 준 연인에게 감정을 토로하는 가사는 틴에이저들의 공감을 사기 충분했고, 음원이 SNS에서 바이럴 되기 시작하며 그의 인지도 또한 빠르게 상승했다. ‘you broke me first’는 스포티파이 10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그를 대표하는 첫 히트곡이 되었고, 그해 MTV의 Push Artist(신인상을 뜻하는 부문)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유튜브에서 출발한 인디 아티스트에서 팝스타로 한 단계 도약하는 성과를 써냈다. 이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일곱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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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싱어송라이터에서 하이틴 팝스타로 거듭나다

두 장의 EP 앨범을 거치며 대중적인 히트곡까지 탄생시킨 테이트 맥레이는 본격적으로 데뷔 스튜디오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이전까지 그의 음악을 대표하는 요소가 울적한 감성의 보컬, 그리고 차분한 템포의 얼터너티브 사운드였던 반면 정규 1집을 앞둔 시점부터는 팝의 색채가 조금씩 짙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에서 두드러졌다. 트로이 시반과 함께 보컬로 참여한 DJ 리가드(Regard)의 ‘You’는 몽환적인 하우스 팝, 칼리드와의 작업한 ‘Working’은 알앤비의 영향을 받은 산뜻한 팝에 가까웠다. 그의 개성 강한 음색은 서정적인 발라드뿐 아니라 댄서블한 그루브의 팝과도 상성을 이루었고, 특정 장르로 테이트 맥레이의 음악성을 단정 짓는 것은 점차 의미를 잃어갔다.


완연한 팝스타 모드를 장착한 테이트 맥레이는 ‘she’s all i wanna be’로 과감하게 장르적 변화를 꾀했다. 본인의 주특기였던 발라드와 알앤비를 탈피하고, 강렬한 밴드 사운드가 이끄는 팝 펑크를 택해 틴에이저 팝스타로서의 이미지가 한결 강해졌다. 특히 잘나가는 퀸카와 자신을 비교하느라 자존감이 떨어진 가사 속 화자의 상황과 이를 스토리에 반영한 뮤직비디오는 마치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Tate McRae 공식 페이스북

콘셉트와 비주얼 모두 한층 틴 팝 스타에 가까워진 만큼 팝적인 시도를 가미한 곡들의 임팩트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she’s all i wanna be’의 질주하는 듯한 기타 연주는 시원한 쾌감을 일으켰고, 댄스 라이브도 함께 소화하며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았던 춤 실력을 그만의 무기로 활용했다. 산뜻한 업비트의 팝 펑크 ‘what would you do?’, 특유의 아련한 정서에 트랩 리듬을 더한 ‘what’s your problem?’, 또렷한 기타 리프가 자극적인 팝 록 ‘you’re so cool’ 등 감성적인 발라드곡 사이에서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트랙들이 유독 매력적이었다.


야심 차게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첫 정규앨범의 상업적인 성과는 위력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밴드 사운드를 활용한 곡들을 통해 빠른 비트의 곡도 능숙하게 소화하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했고, 인디 성향을 가진 싱어송라이터에서 대중적인 팝스타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Tate McRae 공식 인스타그램
강렬한 퍼포먼스로 무장, 2000년대 섹시 디바 리바이벌

첫 정규앨범은 추진력을 얻기 위한 숨 고르기 단계였을 뿐이었다. 지난 9월, 테이트 맥레이는 ‘greedy’를 발매하며 정규 2집 [THINK LATER]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청량한 플럭 사운드와 도발적인 보컬이 이끄는 빈틈 없는 전개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2분 11초라는 짧은 길이로 압축된 사운드는 빼어난 만듦새를 자랑했다. 발라드와 얼터너티브, 팝 펑크를 거쳐온 그의 음악 행보가 댄스 팝으로 향한 건 다소 의외의 행보였지만, 파워풀한 퍼포먼스 실력을 한껏 뽐내며 Z세대 뮤지션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늘 비교선상에 올랐던 그가 대세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은 바로 춤에 있었다.


트렌디한 사운드, 만 20세의 라이징 스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댄스 라이브, 그리고 틱톡에서의 바이럴 효과까지 더해지며 ‘greedy’는 순식간에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데뷔 후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 Top 10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는 무려 3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수많은 캐럴이 영미권 차트를 점령하는 연말 시즌에도 꿋꿋이 상위권을 점하며 2023년 하반기를 대표하는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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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싱글 ‘greedy’의 대성공으로 기세를 잡은 테이트 맥레이는 2023년을 한 달 앞두고 두 번째 정규앨범[Think Later]를 공개했다. 이는 메인스트림 팝스타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작품임과 동시에 이지리스닝 기반의 사운드로 쉽고 편안한 접근법을 택한 앨범이다. 사랑에 실패한, 실의에 빠진 10대 소녀의 이야기가 당당함과 자존감을 외치는 여성의 메시지로 변화한 것 또한 비욘세, 두아 리파,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대형 팝스타들처럼 폭넓은 공감대를 노래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greedy’를 능가하는 섹시한 퍼포먼스로 2000년대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소환한 후속 싱글 ‘exes’는 더 이상 예전의 테이트 맥레이가 아니라는 듯 파격적인 변신을 이끌어냈다. 리아나(Rihanna)의 향취를 품은 ‘guilty conscience’, 위켄드(The Weeknd)식 알앤비의 질감을 가진 ‘run for the hills’, 트랩 비트를 조합한 ‘think later’의 앙칼진 보컬과 댄서블한 리듬도 강렬하다. 발라드와 알앤비, 힙합과 이지리스닝 댄스 팝을 모두 겸비한 테이트 맥레이에게 음악적 한계란 없었다. ‘greedy’와 ‘exes’ 같은 굵직한 댄스곡들이 기틀을 잡고, 그의 음색 하나면 자신 있게 휘어잡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가지를 뻗어 완성한 [Think Later]는 스타성과 음악적인 밸런스를 모두 갖춘 앨범이나 다름없었다.

라이징 스타를 넘어 대세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이제는 테이트 맥레이가 가진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해 볼 때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블루지한 보컬, 빌리 아일리시의 다크한 감성,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전성기 시절 퍼포먼스까지 모두 갖춘 그는 뮤지션으로서 하나만 갖기도 어려운 필살기를 무려 세 가지나 갖췄다. 테이트 맥레이는 아이코닉한 팝스타로 나아가는 길에 막 한 발을 내디뎠을 뿐이며 충만한 음악적 재능과 넓은 장르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관건은 Z세대를 대표하는 다른 뮤지션들처럼 단발성 차트 히터를 넘어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팝스타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greedy’로 끌어올린 인기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일 것이다. [Think Later]로 팝 음악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확실해졌고, 아무나 함부로 탐할 수 없는 젊은 뮤지션의 독자적인 포지션을 당당하게 확립했다. 지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카리스마와 프로페셔널한 면모로 큰 무대를 압도했던 것처럼 지금의 테이트 맥레이라면 한껏 치솟아 오른 기세를 당차게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 written by tim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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