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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May 27. 2024

[RM] 예측 불가한 RM의 예술

RM이 솔로 1집 <Indigo> 이후 1년 5개월 만에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으로 돌아왔다. <Indigo>가 대중적인 색과 RM의 취향을 담은 동양화 같은 앨범이었다면, <Right Place, Wrong Person>은 예측 불가한 신선함을 줌과 동시에 단번에 해석하기 어려워 그 자리에서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현대미술 같았다. BTS의 리더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RM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을지 함께 들여다보자.


[RM의 취향을 가득 담은, Come back to me]

이번 앨범의 선공개 곡이었던 ‘Come back to me'는 조용한 무드의 인디팝 장르의 곡이다. 밴드 혁오의 오혁이 작곡과 편곡을,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의 Kuo(궈궈)가 편곡과 악기 세션으로 참여했다. 기타와 휘파람으로 잔잔하게 시작한 1벌 벌스에서 코러스로 넘어갈 때 나오는 시원한 드럼 소리는 유쾌한 느낌을 준다. 영어로 된 가사 중 유일하게 2절 벌스에서 한국어로 “세수할 시간도 아까워”라는 가사가 나온다. 영어와 한국어 가사 하나에만 묶여있지 않고, 영어가 어울릴 때는 영어 가사를, 한국어가 어울릴 때는 한국어 가사를 쓰는 모습에서 언어를 넘나드는 RM의 자유로움이 엿보인다.

https://youtu.be/NrfikKxF4Ps?si=LFUjtR099w6X1KUr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의 연출을 맡은 이성진 감독, 류성희 미술 감독이 참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뮤직비디오에서 푸른색 벽지와 우드톤 가구가 나오는데, 이는 류성희 미술 감독이 참여했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주로 사용된 세트의 색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RM이 <헤어질 결심>에 대한 애정을 여러 번 표한 만큼 RM의 취향을 담아 영화적 요소를 뮤비에 녹여본 것이 아닌가 싶다.


[혼란스러운 RM의 내면]

타이틀곡 ‘LOST!'는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 장르의 곡이다. 인트로와 노래 곳곳에서 나오는 내추럴한 코러스는 RM의 낮은 목소리와 잘 어울려 재치 있고 가벼운 느낌으로 곡을 이끌어간다. 가사에서 계속해서 길을 잃었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듯한 태도이다. 고개를 절로 까닥이게 되는 비트는 마치 RM이 '삶이 무거울 땐 차라리 머리를 흔들며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뮤비에서 RM의 감정이 투영된 사람들과 그가 혼란스러운 내면 속 여기저기 튀어나오며, 마지막에는 그 감정들을 사다리 삼아 밖으로 빠져나온다.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쾌활한 무드의 뮤비이다. ‘LOST!'는 호불호 없이 즐기며 들을 수 있는 대중성을 챙긴 타이틀곡이라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kq6UVL3H6SI?si=zMiBMXX0mdC9P63k



[악기 듣는 맛이 있는, 구성이 정말 재미있는 노래]

앨범의 4번째 트랙 ‘Domodachi (feat. Little Simz)'는 얼터너티브 힙합(Alternative hip hop) 장르 곡이다.
느린 박자로 의미심장하게 시작했다가 갑자기 빠른 기타 소리가 나온다. 후렴에서는 뜻밖에 일본어로 주문을 외는 듯 노래한다. 엇박자를 타는 듯 오묘하게 빠져드는 이 곡은 언제 어떤 악기가 나올지, 어떤 멜로디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뭔가 하나 완전히 끝나기 전에 새로운 사운드가 훅 끼어든다는 점에서, 말이 끊기기도 전에 다른 소재의 이야기로 말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노래를 처음 듣는다면 아마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을 깨는 독립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듣게 될 것이다.

https://youtu.be/5ErnLpSM8Rk?si=mVpaYE_HLfzshGD8


[예측할 수 없는~그래서 어렵지만? 그래서 흥미로운!]

9번째 트랙 ‘Around the world in a day (feat. Moses Sumney)'는 얼터너티브 소울/알앤비(Alternative soul/R&B) 곡이다. 1절은 감미로운 알앤비로 시작하지만, 2절 들어가기 전 간주에서 퍼즈(Fuzz)를 사용하면서 반전을 예고한다. 2절부터 밴드 사운드가 작은 소리로 간질간질하게 들리다가 순식간에 커지고 RM의 시원한 랩이 빠르게 쏟아져 내린다. 가스펠 같은 합창과 담담한 RM의 랩이 섞이다 마지막은 홀리한 합창으로 곡이 마무리된다. 곡을 다 듣고 나면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과 동시에 저절로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전환과 반전이 있는 독특한 구성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0IxKXF-SrUo?si=uWYbSwWMFf0bJHWo

출처 빅히트 뮤직

이번 앨범에서 음악만큼 흥미로웠던 것은 앨범커버였다. 앨범커버에서 주인공인 RM이 중앙이 아닌 사이드에 있다. 하객들은 드레스와 정장으로 차려입었지만, 배경은 각양각색의 꽃이 있는 활기찬 결혼식장이 아닌 차가운 도시가 보이는 바닷가이다. 마치 잘못된 장소에 온 듯한 모순적 상황이다. 게다가 하객들의 옷에는 진흙이 묻어있어, 웃고는 있지만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것으로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인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와 있는 '이방인'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물론 예술에 대한 해석은 정답이 없고,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이번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을 통해 RM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궁금해진다. 마치 오래 본 친구처럼 차 한잔, 혹은 술 한 잔 따라주며(친구가 되고 싶다면 걍 술이나 좀 따라줘-6번째 트랙 'Groin'의 가사-) 본인의 작품 의도를 듣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RM의 실험적인 음악을 환영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내면의 통찰과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기대되는 그의 다음 앨범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written by. Editor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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