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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May 23. 2024

[라쿠나] 동화적인 꿈의 밴드

밴드씬이 조금은 침체되어있던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여러 인디밴드들은 ‘밴드=거칠고 강한 락’이라는 편견을 깨는 음악을 선보였다. 다양한 장비들을 활용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만들어 세련되고 특색 있는 음악을 보인 밴드들의 선두에 선 팀이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할 라쿠나이다. 98년생 동갑내기들이 모여 결성한, 확고한 색의 음악과 탄탄하고 보는 재미가 있는 라이브 등으로 팬덤을 구축한 인디씬의 강자, 라쿠나의 음악으로 떠나보자.

소년만화의 주인공 (feat. You) 

https://www.youtube.com/watch?v=LBhbYFIMWsU

라쿠나 - You | [Tingground] Band 4K LIVE

첫 소절로 ‘게임을 끝내버리는’ 라쿠나의 음악과 장경민의 보컬을 시각적으로 묘사하자면 ‘소년만화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귀를 간지럽히면서도 어딘가 짙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가사를 읊으면 청춘이 떠오르는 소년만화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하이톤인 보컬로 부드럽게 부르는 것을 듣다 보면 변성기가 오지 않은 예쁜 소년이, 그 목소리를 다양하게 꾸며주는 사운드들은 때로는 그 소년이 웃으며 뛰어노는 모습을, 때로는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한다.


사랑을 잃지 않는 소년들의 아름다운 노래 (feat. 1998)

https://www.youtube.com/watch?v=O38mszIjwsI

라쿠나 - 1998 |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2R Full ver.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가사도 아름답다. 4명의 소년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애틋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노래한다. 추상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낭만적이고 동화 같은 순수함은 사람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선보인 ‘1998’에서 그 아름다움을 한껏 엿볼 수 있다. 그 감상을 너무도 잘 표현한 한 댓글을 가져왔는데, “멸망한 세상을 앞에 두고 남들이 사랑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말할 때 꿋꿋이 사랑을 노래하는,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언젠가 사라질 사랑이라도 어떻게든 지켜내는 라쿠나”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보는 게 재밌는 개구쟁이 소년들로 (feat. bow-wow)

https://www.youtube.com/watch?v=sQPoFu77bdg

라쿠나 - bow-wow | 'bow-wow' Guerilla Live Film in Seongsu

이들이 매번 가만히 서서 애틋한 사랑만을 노래하진 않는다. 때로는 신나게 뛰어놀고 관객들과 함께 머리를 흔든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이리저리 막 뛰면서 쳐도 기타 연주가 기막히고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의 라이브 버전들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퍼포먼스들 덕에 귀로만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는 맛까지 챙길 수 있는 것. 공연 때 이들만의 특별한 멤버 소개 방법도 꽤나 유명한데, 팬들이 공연을 보러 가면 이 순간을 기다릴 만큼 재밌고 함께 즐길 수 있다. 한 번 아래 영상을 통해 ‘라둥이’(팬덤) 체험을 해보길.


기타 톤의 마법사 (feat. I Love You) 

https://www.youtube.com/watch?v=NMYs3DRkdrE

라쿠나 - I Love You | [Stone Music Entertainment] I Love You MV

라쿠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아름다운 기타 톤은 독보적이다. JTBC <슈퍼밴드2>에서 한국 유명 프로듀서/아티스트들에게도 극찬을 받은 정민혁의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기타 톤은 라쿠나 음악의 필수요소이다. 주로 공간계를 활용하며 다양한 효과들을 통해 특유의 분위기 연출은 물론 듣는 재미까지 더해주는 그의 기타는 처음 들으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디테일한 표현들이나 포인트들을 만들어주는 사운드들을 곡마다 다르게 가져오는 것을 보면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 다른 참가자들도 감탄을 한 것이 이해가 된다.


꿈속으로 초대하는 사운드 (feat. John) 

https://www.youtube.com/watch?v=lcM-KLTllW8

라쿠나 - John | Live at Grand Mint Festival

정민혁의 톤 활용 능력을 중심으로 라쿠나가 연출하는 사운드는 그들만의 몽환적인 음악으로 나타난다. 동화 같은 가사를 읊는 몽환적인 보컬과 다양한 효과들과 사운드들이 만나 꿈 속을 걷는 것만 같은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전율과 함께 빠져들고 때론 압도되는 정밀한 사운드로 꿈에 초대되고 디테일한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채우고 표현하며 꿈에서 깰 틈을 주지 않는 이들의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몽상가로 만든다.


기승전결에 미친 자들 (feat. Far away) 

https://www.youtube.com/watch?v=Rc2KX21Kcwk

라쿠나 - Far away | Live at Lacuna Concert 'Lovers'

라쿠나의 여러 대표곡들을 들어보면 이들만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다. 열심히 3분가량 천천히 쌓아 올린 분위기를 이어 큰 한방을 준비하는 빌드업이 끝나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절정의 연주를 선사한다. 뭔가 대단한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나 예측을 하고 마주해도 탄성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정말 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이들 음악의 구성은 라쿠나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준다. 때로는 기타 솔로로 귀결되는 마무리가 이전까지의 곡 분위기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들의 대표곡 ‘Far away’, ‘춤을 춰요’, ‘You’에서의 기승전결은 이견의 여지 없는 완벽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할 아름다운 이야기 (feat. 언제나 여름) 

https://www.youtube.com/watch?v=5v2aR4C8j0c

라쿠나 - 언제나 여름 | Always Summer Special Clip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감상하다가도 가슴 뛰는 연주에 열광하기도,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는 것, 그것이 라쿠나의 음악이다. 아름다운 가사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은 그들의 곡 제목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처럼 동화 속 이야기 같은 것이다. 현실에 지칠 때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처럼, 미련할 수도 있지만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꿈속에서 따뜻함을 채우고 갈 수 있는 라쿠나의 음악 속에서 잠시 쉬고 가지 않겠는가.


-Written by.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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