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대폭발 Supernova
곡의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는 것은 제목과 같은 ‘supernova’, 초신성의 폭발처럼 울림 있는 사운드이다. 이 곡은 여음보다는 딱딱 떨어지는 박자와 그에 맞춘 절도 있는 가사와 발음이 특징이다.
늘어짐 없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보컬은 더욱 미래적인 느낌을 주고, 절도 있는 보컬의 조화는 트랙의 독특한 매력을 한층 더한다. 또한 울림이 더해진 사운드의 공간감은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절제된 느낌을 주는 박자와 묵직하고 둥글게 밀고 나가는 베이스 리듬이 전반적으로 반복되어, 전체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드럼은 전체적으로 정박 리듬으로 안정감을 주며 이어지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계속해서 다채롭게 변함과 동시에 파트 별로 디테일이 추가되어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브릿지 이후 인터루드와 코러스 뒤로 이어지는 리프레인(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반복하는 파트, “사건은 다가와 Ah Oh Ay~우린 어디서 왔나 Oh Ay”) 파트는 같은 박자 속에서 반복되는 가사로 인해 중독성을 더욱 높인다. 또한 리프레인에는 샘플링 곡, ‘아프리카 밤바타’의 ‘Planet Rock’ 중 한 부분을 삽입해 같은 부분 안에서도 더욱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했다.
리프레인 사이사이에는 각 멤버의 추임새와 뒤에 들려오는 사운드가 모두 달라서 다양성과 디테일을 더한다. 드럼의 박자는 깔끔하면서도 디테일이 뛰어나,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느낌을 전달한다. 벌스에서 프리코러스로, 프리코러스에서 코러스로 서서히 빌드업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분위기가 전환되는 브릿지 앞부분에서는 사운드를 확 줄이고 여유 있게 진행되다가 점차 커지고, 베이스 음정과 보컬 음정이 점점 상승하며 고조되는 효과를 준다. 드럼 역시 점점 빠르게 쪼개져 긴박감을 더한다.
이후, 잠깐의 쉼과 함께 분위기가 반전되며 리프레인 파트와 함께 댄스 브레이크가 이어지고, 차례로 3절 코러스, 리프레인이 다시 한 번 등장하며 곡의 분위기가 하이라이트로 달려가며 에너지가 응집되는 느낌을 준다. 이 응집된 에너지는 마지막 아웃트로로 이어져 인트로와 같이 아웃트로에서도 초신성이 터지는 듯한 폭발적인 사운드가 등장해 곡의 시작과 끝을 연결한다.
‘Supernova’는 시작부터 끝까지 변화무쌍한 리듬과 풍부한 사운드로 가득 차 있으며, 각 파트의 정교한 조합과 절제된 사운드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통해 별의 죽음,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초신성은 에스파의 기존 세계관을 떠나 다른 차원으로의 문을 여는데, 이는 에스파의 새로운 세계관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정규 1집의 선공개 곡이었던 ‘Supernova’는 에스파의 음악적 변화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나, 그리고 또 다른 나 Armageddon
에스파의 음악은 '쇠맛'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금속성의 메탈릭한 사운드와 날카로운 느낌의 미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의 새로운 곡 'ARMAGGEDON'으로 일명 '흙맛'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선보였다.
퍽퍽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로 이루어진 이 곡은 강한 비트와 거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촘촘하면서도 묵직한 베이스와 여유있는 올드스쿨 바이브의 드럼은 굉장히 무겁고 깊은 저음을 강조하고, 마치 땅을 울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자 사운드와 다양한 효과음은 거친 텍스처와 에너지를 전달하며, 곡의 공격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한 특유의 스케일이나 멜로디, 꾸밈음이 사용되어 이국적이면서도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의 풍경과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흙맛’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벌스에서는 여유롭게 느껴졌던 드럼이 프리코러스에서는 보다 잘게 쪼개지며 앞으로 푸쉬하는 듯한, 코러스까지 달려가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진다. 코러스에서는 다시 벌스의 박자를 돌아오며 여유를 되찾는다.
2절 벌스에서 잠시 등장하는 피아노 사운드는 날카로우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더하며 포인트가 되지만, 이후 브릿지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와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피아노 라인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준다. 같은 악기를 사용함에도 다른 분위기와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부분에서 한 곡 안에서도 색다른 분위기로 전환되는 브릿지 파트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Armageddon’에는 이전 앨범 타이틀 곡인 'Drama'의 작곡가 대부분이 참여했는데, ‘Drama’ 특유의 웅장하고 비장한 곡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더해 더욱 신선한 느낌의 곡을 만들어냈다. 이는 에스파가 해오던 음악과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보다 높을 작곡가들의 하나의 빌드업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아마겟돈'은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를 의미하며, 에스파의 곡은 이와 같은 종말론적 주제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1990년대 말, 인류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후 처음으로 겪는 새로운 세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종말론과 음모론이 많았다. 에스파는 이러한 주제를 에스파만의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방식으로 재해석 해냈다.
특히 도입부에 등장하는 강렬한 베이스 라인과 사운드의 깊은 무게감은 1995년에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이 생각나며 그 곡이 자아냈던 세기말 감성을 떠올리게 만든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Armageddon’은 에스파의 세계관 시즌 1을 마치고 시즌 2가 시작되는 맥락과도 일치한다. 또한, 다른 세계 속 다른 ‘나’를 만나 무한한 가능성을 마주하고 ‘완전한 나’로 완성되는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적 전환을 보여준다.
광야에서 다중우주로
한때 모든 노래에서 ‘광야’를 말하며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에스파는, 이제 다중우주라는 새롭게 확장된 세계관 시즌 2를 열었다.
에스파는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다수가 이지리스닝을 선호하는 시점에서 컨셉츄얼함을 유지하며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 유행에 맞추지 않고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음악적 결과 하나의 컨셉을 꾸준히 유지하며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한 편의 SF영화 같은 뮤직비디오, 빈틈 없이 몰아치는 비트와 4명의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꽉 채워낸 탑라인까지 모두 ‘에스파만의’ 음악, 세계관, 스타일이 되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많은 그룹들 사이에서 다양한 세계관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스파는 이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대중들의 눈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written by.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