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한도전>의 최전성기, 당대 최고 스타들이 초대되던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된 혁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잉위잉’과 ‘와리가리’가 어디서든 들릴 만큼 유명해진 이들은 잇따른 타이틀곡들과 <응답하라 1988>OST ‘소녀’의 인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차트 상단을 지키는 대중적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음악계의 찬사를 받는 혁오의 매력은 그 유명한 곡들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오늘은 모두가 아는 혁오의 몰랐던 진짜 모습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미리 말하지만 ‘위잉위잉’, ‘와리가리’, ‘Tomboy’, ‘공드리’는 없다.
목소리가 곧 지문 (feat. Hooka)
https://www.youtube.com/watch?v=lL6UoaY_Gfo
처음 혁오가 주목받았을 때도 보컬 오혁의 유니크한 목소리가 한몫했다. 저음부에서는 중얼거리는듯한 특유의 창법으로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다 고음부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거칠게 목을 긁으며 모두를 놀라게 만든다. 어디서 비슷한 것조차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유니크함은 한 번도 안 들어볼 순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볼 순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사용법을 가진 목소리 주인 (feat. 큰새)
https://www.youtube.com/watch?v=dgUv3mFaH0o
그리고 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특정 방식, 특정 창법으로만 노래를 부르지 않고 본인이 타고난 음색을 다양하게 활용해 곡마다 다른 분위기를 낸다. 억지로 어떠한 목소리나 느낌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적당히 신나는 노래에 무겁지 않게 부르지만 허스키한 목소리로 먹먹한 슬픔을 연출하는 ‘큰새’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보컬만큼 세션들도 타짜다 (feat. Tokyo Inn)
https://www.youtube.com/watch?v=LwkqUgrPriQ
보컬 오혁의 유니크한 목소리에 홀리거나 ‘Tomboy’와 같이 상대적으로 담백한 곡들을 들었다면 세션들의 연주 실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혁의 목소리에 숨어서 그렇지, 아니 사실은 그런 곡들만 들어서 그렇지 세션들도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보인다. 현란하게 리듬을 가지고 노는 드럼을 맛 볼 수 있는 이 곡 ‘Tokyo Inn’을 비롯해 세션들의 엄청난 연주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많이 있다. 작정하고 본인들의 역량을 보여준 ‘Champagne Supernova’ 커버는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길더라도 꼭 끝까지 보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hpXRfeFqdM
미니멀한 과정과 그렇지 않은 결과 (feat. Ohio)
https://www.youtube.com/watch?v=7tyEDx9tgBk
혁오는 직관적인 곡들이 많다. 곡 대부분의 구성이나 흐름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고 코드나 곡의 구성/진행이 처음 들어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부족하거나 소리가 비는 일은 없다. 기본 구조는 미니멀하게 가되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리버브를 강조해 공간감을 형성하고 섬세하게 소리들을 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듣기 어렵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풍부함을 주는 혁오의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정형돈과 함께 부른 원곡과는 달리 본인들만의 색을 가감 없이 담은 ‘멋진 헛간 Remix’에서도 이들만의 색을 가득 느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UgrL6PoBi0
10대였음이 믿기지 않는 깊이 (feat. Mer)
https://www.youtube.com/watch?v=fD9PIRINqeU
혁오의 노래들은 그 가사들이 담고 있는 철학적 고민들도 남다르다. 데뷔 앨범인 [20]이 오혁이 20살일 때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20]의 수록곡 ‘Mer’은 불어로 ‘바다’를 뜻하는 말로 심연과도 같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고요히 가라앉는 사랑을 노래하는데 놀랍게도 이 곡이 19살에 쓰여졌다. 각 앨범마다, 그리고 각 곡마다 여러 시선들과 고민들을 가사와 그에 맞는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점에서 그의 깊이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다양한 경험들에서 나오는 다양한 색 (feat. Wanli万里)
https://www.youtube.com/watch?v=2PEe4drNEE4
20살 전까지 중국에서 생활하며 여러 언어와 문화를 거친 오혁의 경험은 다양한 음악들로 표현된다. 처음 곡을 쓸 때는 한글보다 영어로 가사를 쓰는 것이 더 익숙했던 그는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곡에 담았다. [23]의 수록곡 ‘Wanli万里’는 중국어로 가사를 썼고 곡의 멜로디 라인과 기타 연주에서도 중국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주로 감정을 쌓아나가는 후반부 전개에서 그들의 음악적 역량을 볼 수 있는 것은 덤.
[작가 혁오의 명작 소설들 (feat. Jesus lived in a motel room)
https://www.youtube.com/watch?v=prJITD7X6rY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과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들의 영향인지 이들의 음악은 기승전결이 잘 구성된 한 편의 명작 소설과 같다. 어떠한 전형적 흐름이나 구성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 내용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앨범 트랙의 구성도 그에 따라 배치되어 곡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도 하나의 소설과 같은 것이다. 동경하는 비틀즈의 향을 느낄 수 있는 ‘Jesus lived in a motel room’에서 그 짜임새 있는 구성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흐름을 담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달릴 줄도 안다 (feat. Citizen Kane)
https://www.youtube.com/watch?v=gFSmURnmH8U
혁오의 다양성에는 신남도 존재한다. 소극적인 멤버들의 모습과 여러 음악들에서 보여준 진중함과 깊이 있는 고민, 그를 표현하는 잔잔한 곡들이 ‘혁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정말 한계가 없다. 리듬감 있고 신나는 곡들을 넘어 정말 미친 듯이 달리는 ‘Citizen Kane’에서는 새로운 혁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정체성이 되어 주는 것은 결국 그의 목소리 (feat. Paul)
https://www.youtube.com/watch?v=uo7Ml9o7pnU
다양한 장르나 분위기들, 그에 따른 다양한 연주들이 혁오 음악의 다양성을 완성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뿌리이자 혁오의 정체성은 결국 오혁의 목소리에서 시작한다. 단순히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로 부르기에 ‘혁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음악들이 완성되는 것이다. 온전히 오혁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Paul’에서 그는 목소리 하나로 곡을 채운다. 피아노 연주 위에 얹은 리버브가 가득 걸린 그의 열창은 경건함마저 들게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혁오 (feat. LOVE YA!)
https://www.youtube.com/watch?v=0cSF5qgnjUs
이렇게 다룬 잘 알려지지 않은 색다른 매력의 곡들도, 너무 유명해서 다루지 않은 인기 곡들도,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혁오’의 음악이다. 염세적으로 허무주의를 외치던 [20]부터 [23]까지의 음악들과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24]의 음악들도 모두 혁오의 음악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 혁오의 음악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몰랐던 다양한 모습들까지 듣다 보면 이들의 대중적인 곡들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혁오’라는 밴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Written by.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