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북쪽으로!
요크는 참 인상 깊었던 도시다. 빅토리아 시대를 느끼게 해 주었고 사람들은 따뜻했다. 마을은 고요했으며 넉넉함이 흘렀다.
요크에 성벽이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그 성벽을 돌았다.
성벽의 모습은 대충 이랬다. 파수꾼들이 경비를 서다가 이방의 침입이 있으면 다급하게 그 침입을 알렸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겠다. 로마시대에 세워진 건지 아니면 사자왕 리처드 3세가 세운건지 말이다.
영국인이지만 반은 이탈리아인 숙소 사장님이다. 매우 친절하셨다. 젊은 시절 권투를 하셨고 지금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이셨다. 예전에 농담 삼아 여자친구와 단둘이 있는 스코틀랜드 친구집에 밤 11시경에 그 집 문 노크를 해서 춥다고 문 좀 열어달라고 같이 놀자고 하고 싶었다고 하니까 사모님과 함께 박장대소를 하셨다.
이것은 여담인데 이제 밤에 잠을 자는데 옆집에서 10대 정도로 추정되는 잼민이들이 실내에서 축구를 했다. 미칠 듯이 소리를 지르며 골이 들어갈 때마다 환호를 질렀다. 누가 축구의 나라 아니랄까 봐 집안에서도 축구를 하는 게 참 신박했다. 참다못한 사장님이 일어나서 팬티만 입고 옆집 문을 두드리고 우리 집에 손님이 계시니까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자 그 10대들은 얼른 수긍을 했다. 참고로 요크에서는 EPL팀 중에 두 팀을 응원한다. 하나는 뉴캐슬이고 하나는 리즈 유나이티드다. 제임스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팬이었고 교회에서 만난 간사로 보이는 청년은 뉴캐슬의 광팬이었다.
머물렀던 예쁜 하숙집이다. 다른 곳에서는 전부 도미토리를 사용했지만 이곳에서는 용기 있게 1인실 더블 침대를 사용했다. 사장님은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실까?
여유를 즐기는 잉글랜드인들이다. 이때가 아마 대처 수상이 죽은 지 몇 년 안 지났을 때였을 거다. 그래서 저분들에게 큰소리로 묻고 싶었다.
"여러분은 대처수상이 잘 죽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처 수상덕에 재미를 본 일부 런던 부촌의 사람들과 영국 땅 남부의 사람들은 대처 수상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북쪽의 부를 남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북쪽 사람들은 개털이 되는 바람에 대처를 매우 싫어했다. 역시 정치는 경제적 배분을 기초로 한다.
다시 기차에 올랐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고 절약하기 위해 기차표를 미리 구매해 두었다. 약 3만 원 돈이었나? 당일 발권보다는 엄청 쌌다. 기차 안에서 밖을 보았다. 북쪽으로 기차는 향하고 있었다.
바다도 보였다.
기차 안에서 맥주 좀 흡입했어야 했는데 역시 저 때는 많이 홀리할 때라 참았다. 드디어 에든버러에 입성했다. 웨이벌리 역에 내렸다. 분위기가 사뭇 잉글랜드와는 많이 달랐다. 뭐랄까? 어떤 거친 공기와 바람 그리고 사람들이 느껴졌다. 자유와 항쟁의 땅이라 그런가? 윌리엄 월레스의 숨결이 느껴졌다.(으흐흐 고작 역에 내려서 뭘 안다고...)
벌써 지형 자체가 많이 가파르다. 뭐랄까! 어떤 날 것의 그 느낌들이 생생히 전해졌다.
이곳이 웨어벨리 역의 야외 모습이다. 스코틀랜드도 참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일 성향의 정치인들이 있고 친북성향의 정치인들이 있듯이 스코틀랜드 내에도 친잉글랜드 쪽의 사람들이 있고 반 잉글랜드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여실히 투영되는 것이 바로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다. 셀틱과 레인저스라는 구단이 그렇다. 셀틱은 골수 반잉글랜드 구단이고 레인져스는 유니언 잭이라는 국기를 매우 사랑한다. 그래서 두 팀이 경기가 있는 날은 경비가 매우 삼엄하다. 개인적으로 셀틱이라는 팀의 선수 지급용 셔츠를 소유하고 있는데 언젠가 그것을 입고 레인저스 파크를 한 번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스코틀랜드 친구인 배리가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 칼에 찔린다고...
드디어! 자유와 항쟁의 땅! 포기를 모르는 왕 로버트 부르스의 땅에 입성을 했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 좀 달아주세요! 지금까지 아무도 안 달았어요! 제가 불쌍하지 않나요?)